'614억원 횡령' 간 큰 우리은행 직원,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종합)

입력 2022-04-28 22:42:14 수정 2022-04-28 23:10:13

상식적으로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상식적으로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경찰이 우리은행에서 6년간 600여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직원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직원이 횡령금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추가로 전해졌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우리은행 직원 A씨가 경찰서에 직접 찾아와 자수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A씨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3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614억5천214만6천원(잠정)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에 사용된 개인 계좌는 2018년 마지막으로 인출이 이뤄진 직후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차장급인 A씨는 횡령 당시 기업개선부에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회사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횡령금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횡령 금액은 수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피해 금액을 전액 회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계약이 최종 불발되면서 채권단이 이를 돌려주지 않고 몰수했지만,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이 이를 돌려달라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매각 주간사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이 계약금을 별도로 관리해왔는데, 은행 측은 돈이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전날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의 수백억원대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사고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사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범행을 뒤늦게 인지한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A씨에 대해 출국금지 등 조치를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2시쯤 A씨의 친동생이 경찰서를 찾아 '형이 무슨 일을 한지 안다'고 말하며 자수한 것으로 미뤄보아 동생도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