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을 통해 대구시장 선거판에 뛰어든 것은 정치적 미스터리였다. 박심(朴心)만 내세워도 연전연승시키던,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 전 대통령이다. 그래서 달성 사저로 돌아온 그녀를 대구 시민들이 예전처럼 지지해 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3월 24일 사저 앞에서 밝힌 그녀의 대국민 메시지에 실마리가 보였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 주고 보듬어 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입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역구 4선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였습니다." 4선에 대통령 당선까지 이끈 바탕이 대구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였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녀가 유 변호사를 공개 지지하며 나설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후원회장이라고 소개했다. 대구와 인연이 없던 그가 출마한 유일한 명분은 '박근혜'였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만 팔면 작대기도 당선되는 시절도 있었다. 세상 인심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유튜브를 통해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유 변호사는) 흔들림 없이 묵묵히 힘든 시간을 참아 냈다"며 유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홍준표 후보가 압도하던 경선 구도에 박 전 대통령은 전혀 변수가 되지 못했다. 경선 결과는 홍 후보의 승리라기보다는 '박근혜'의 실패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더 이상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에서 그녀를 내세운 정치 마케팅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녀는 한 차례 실패의 흑역사를 기록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공천한 달성군수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올인 지원에도 무소속 후보에게 참패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섣부른 정치 행보에 대해 대구 시민들은 12년 만에 다시 냉혹한 판단을 내렸다. '선거의 여왕'이란 영광을 되새기며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말고 달성 사저에서 건강을 챙기며 여생을 즐기는 '달성 할매'가 되시리라 믿는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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