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이중성…앞에선 푸틴 규탄, 뒤로는 러시아에 무기 수출

입력 2022-04-23 21:08:46

EU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이후 무기수출 금지
수출금지 예외조항 악용…이탈리아산 장갑차로 우크라 침공 정황도

체첸 특수부대 요원과 친러시아 민병대원이 21일(현지시간) 심하게 부서진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관리동 앞을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위치한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마리우폴 전체를 장악하려는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의 거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천 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항전을 벌이는 이 제철소의 총공격 계획을 취소하고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체첸 특수부대 요원과 친러시아 민병대원이 21일(현지시간) 심하게 부서진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관리동 앞을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위치한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마리우폴 전체를 장악하려는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의 거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천 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항전을 벌이는 이 제철소의 총공격 계획을 취소하고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대러시아 무기 수출 제한 제재를 회피해 장기간 무기를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로 넘어간 유럽산 무기 일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활용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유럽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로 구성된 '유럽 탐사보도'(IE)의 보도를 인용, EU 10개 회원국이 2015∼2020년에 총 3억4600만 파운드(약 5553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EU는 대러시아 무기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핀란드,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 10개국은 해당 조치 발표 전 이미 체결된 계약이나, 그 부속 계약의 수출만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허점으로 이용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한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러시아를 상대로 폭발물, 전차용 열화상카메라, 전투기용 적외선 탐지기 등 모두 1억5000만 파운드(약 2400억원) 규모의 군사장비를 수출했다. 더타임스는 최근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이어 독일이 1억2천만파운드(1900억원)로 뒤를 이었으며 소총과 '특수 보호차량' 등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도 2200만 파운드(350억원)어치를 팔았고, 특히 이탈리아에서 수출한 장갑차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장면이 이탈리아 뉴스 방송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1900만파운드), 불가리아(1700만파운드), 체코(1400만파운드)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별개로 영국은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EU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인 7명에게 1등급 투자비자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이른바 영국정부의 '황금 비자'로도 불리는 해당 비자는 영국에 거액을 투자하려는 외국인을 위한 우대 조치다. 영국에 약 32억·81억·162억원을 투자하면 각각 5·3·2년간 영주권을 부여받고, 이 기간이 지나면 영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야당 측의 관련 질의에 "제재 대상 러시아인 가운데 10명이 현재 이 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7명은 2014년 이후 이 비자를 처음 획득하거나 연장했다"고 인정했다.

황금비자가 특히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혹과 규탄이 이어지자 영국정부는 최근 이 비자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