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차량 기지 내 태양광 발전소 설치 물거품…안전 문제에 발목

입력 2022-04-13 15:07:35 수정 2022-04-13 19:40:37

사전 정밀 조사 없이 추진하다가 안전성 문제 지적에 '스톱'
시설 보강에만 50억 추산…사업성 부족하다며 실시협약 파기 통보받아

대구도시철도 3호선 칠곡차량기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도시철도 3호선 칠곡차량기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도시철도공사(DTRO·이하 디트로)가 적자를 해소할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려다 안전 문제에 부닥쳐 결국 포기했다. 민간 제안 사업을 사전 조사도 없이 무작정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트로는 4년 전부터 추진하던 '차량 기지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지난해 12월 완전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차량 기지 내 유휴지나 열차 주차장인 유치선, 열차를 관리하는 검수고에 지붕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골자다.

디트로는 민간 자본 135억 원을 투입해 도시철도 2, 3호선 차량기지 3곳(문양, 칠곡, 범물) 내 6만9천여㎡ 부지에 5㎿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문양차량기지에는 7.5㎿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갖출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연간 1천7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연간 3천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부지 임대로 매년 1억7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20년 간 34억 원의 부대 수익을 거둘 것으로 디트로는 기대했다.

이에 따라 디트로는 지난 2018년 2월 중국 국영 태양광 패널 생산기업인 항티엔과 태양광발전소 설치 등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3월에는 항티엔 한국지사인 ㈜PVX와 합동 안전 진단을 벌여 구조 전문가의 육안 점검을 거친데 이어 항티엔, 현대일렉트릭 등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 'HT-DTRO'와 차량기지 태양광발전사업에 관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태양광 발전 사업은 육안 점검에서 드러나지 않은 안전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실시 협약 후 진행한 사업성 평가 조사에서 각종 설비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것.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차량기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차량기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문양차량기지는 태양광 패널 등 설비를 설치하면 내진 성능 확보가 어렵고, 3호선 칠곡차량기지는 태양광패널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치선 위에 아치 형태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패널 지지 기둥과 간섭 현상이 생겨 차량 운행 안전에도 지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기지와 전동차 간의 통신 설비와 전기 시설 등의 보강도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고 화재에 취약한 ESS의 안전성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HT-DTRO측은 50억원으로 추산되는 보강 공사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부족해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고 디트로에 통보했다. 디트로는 조만간 실시협약 파기에 관한 행정 합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디트로 관계자는 "항티엔이 다른 지역에서도 사업을 진행한 데다, 구조 전문가의 육안 점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듣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앞으로 태양광 패널 무게가 줄고, 차량기지 이전 등이 이뤄지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과 부산도시철도공사는 차량 기지 내에 각각 1.66㎿, 4.2㎿급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