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림책] ‘레미 할머니의 서랍’ 外

입력 2022-04-14 10:09:09 수정 2022-04-16 06:58:48

◆레미 할머니의 서랍(사이토 린·우키마루 글, 구라하시 레이 그림, 고향옥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홀로 사는 레미 할머니의 서랍장 맨 아래 칸엔 작은 상자와 빈 유리병, 깡통이 가득하다. 이젠 쓸모없어진 자신의 모습에 쓸쓸해하던 빈 용기들은 레미 할머니를 만나면서 다시 제 역할을 갖게 된다. 사탕 병엔 딸기 잼이, 유리병엔 여름 채소로 만든 피클이 담긴다. 꽃다발을 묶은 리본은 아기 고양이를 위한 나비넥타이가 된다. 마지막까지 선택되지 않아 슬퍼하던 작은 상자는, 할머니를 좋아하는 레오 할아버지 손에 들어가게 되고, 레미 할머니가 깜짝 놀랄만한 선물상자로 변신한다.

"할 일을 다 했다고 쓸모없는 건 아니예요." 보잘것없는 물건도 각각의 쓰임과 역할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5세 이상, 40쪽, 1만 4천원.

◆내게 텃밭이 생겼어요!(레니아 마조르 글, 크레망스 폴레 그림, 이주영 옮김/ 창비 펴냄)

새싹 돋아나는 봄, 주인공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텃밭을 선물받는다. 소녀는 땅을 갈고 이랑을 내 양상추와 무, 토마토 씨앗을 심는다. 밭을 가꾸는 소녀는 나뭇잎 짊어진 개미 행렬을 구경하다 스르르 잠들기도 하고, 지렁이들을 만나면 "안녕" 인사를 건네며 즐거워한다. 이웃집 토끼가 무를 몰래 먹어도 새들이 양상추를 먹어도 소녀는 너그럽게 용서하며 웃는다. 오히려 새가 싼 똥이 딸기의 비료가 됐다며 기뻐한다.

"나는 여름 내내 텃밭을 가꾸면서 땅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이 아름다운 선물을 준 것은 자연이니까요." 도시 아이들이 들판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예쁜 그림책이다. 유아용, 40쪽, 1만 3천원.

◆사서가 된 고양이(권오준 글, 경혜원 그림/ 모든요일그림책 펴냄)

도서관에 사는 고양이 루루.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던 어느 날, 루루는 책 수레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책 한 권을 읽게 된다. 책엔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담겨 있었고, 이를 본 루루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결심한다. 그 뒤로 루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들은 날마다 도서관을 찾게 되고, 도서관엔 '루루의 이야기방'까지 생긴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고양이 털이 날린다는 어른들의 불만 때문에 루루의 이야기방은 문을 닫게 되는데….

이제 막 책 읽기를 시작한 어린 독자들에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 내고, 책과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품게 하는 책이다. 40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