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뒤통수까지 손바닥 크기 욕창" 대구 요양병원 환자 방치 논란

입력 2022-04-04 17:33:14 수정 2022-04-12 14:17:55

지난해 10월 대구의료원 전원 과정에서 엉덩이 욕창 발견
"석달만에 머리, 등까지 번졌는데 보호자에게 알리지도 않아"

A씨 가족이 지난달 3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4일 오후 기준 8천여명이 청원에 동의를 표시했다.
A씨 가족이 지난달 3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4일 오후 기준 8천여명이 청원에 동의를 표시했다.

"거동은커녕 말씀도 못하시는 어머니인데…잠도 못 잘 정도로 죄송스럽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심각한 욕창에 걸렸는데도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족들에 따르면 A(62) 씨는 2015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치료 중이다. 2020년 10월부터는 수성구의 B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가족들이 A씨에게 욕창이 생긴 사실을 확인한 건 지난해 10월 대구의료원 의료진의 연락을 받고서다.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A씨가 대구의료원으로 옮겼고, A씨를 살펴본 의료진이 가족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A씨의 딸 C씨는 "의사가 어머니 엉덩이에 '3기' 수준의 심한 욕창이 생겼다고 얘기했다. 요양병원에 따져 물으니 책임간호사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른다고 했고, 다른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음이 아팠지만 병환으로 8년 가까이 누워 지냈으니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격리 기간이 끝나고 B요양병원에 잘 돌봐달라고 다시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욕창이 더욱 심각해졌는데도 병원 측이 알리지 않았다는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C씨가 지난달 29일 어머니 면회를 갔다가 뒤통수에 붙은 커다란 거즈와 반창고를 발견한 뒤에야 머리에 욕창이 생겼다고 병원측이 인정했다는 것이다.

C씨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 보니 엉덩이에 생겼던 욕창은 주먹 2개 크기까지 커졌고, 등과 뒤통수에도 욕창이 생겼다. 특히 뒤통수 욕창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머리는 욕창이 잘 생기지 않는 부위라 체위 변경을 거의 하지 않은 게 아닐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자 상태가 이렇게 악화되도록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C씨는 "어머니는 4일 오전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고 있다. 다시는 우리처럼 가슴아픈 가족들이 안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 상태를 공개한다"고 했다.

A씨 가족 측은 지난달 31일 '온 몸을 썩게 만든 요양병원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이 청원에는 4일 오후 기준 8천여 명이 동의했다.

B요양병원측 관계자는 "A씨는 최초 입원 당시부터 꼬리뼈 인근에 가로세로 4㎝ 크기의 욕창이 있었고 치료도 계속해 왔다'며 "욕창이 더 나빠진 것을 보호자에게 알리지 못한 건 100% 잘못한 부분이다. 늦었지만 가족분들과 대화를 통해 치료나 보상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