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마자 전기·도시가스 요금 억제해제…릴레이 인상

입력 2022-03-31 18:00:40

4월 1일부터 전기요금에 이어 주택용 가스요금도 현행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14.65원으로 0.43원, 3% 인상된다. 또 음식점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 요금은 0.17원 오른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4월 1일부터 전기요금에 이어 주택용 가스요금도 현행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14.65원으로 0.43원, 3% 인상된다. 또 음식점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 요금은 0.17원 오른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의 '릴레이 인상'이 시작된다. 그간 생산 비용은 치솟았지만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로 정부에서 억제해 왔던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물가 부담과 새 정부의 에너지 요금 정책에 대한 혼선이 가중될 전망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다음 달 1일부터 주택용과 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1.8% 인상한다. 이번 인상으로 4월 적용될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14.65원으로 0.43원 오르게 된다. 일반용 요금은 공급비 인하 요인을 고려해 0.17원 오른 14.26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된 요금 적용 시 가구당 가스요금은 월 860원이 늘어날 것이란 게 산업부 설명이다.

도시가스요금은 산업부와 관계 부처가 2개월마다 원료비 변동 요인을 고려해 기준원료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 단가 급등을 포함해 충분한 인상 요인에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0년 7월 13.1% 인하한 가격을 1년 9개월 동안 고수했다. 사실 진작부터 적용됐어야 했던 인상인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시행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가 상승에 따른 기준원료비 조정에 따라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의 요금이 평균 1.8%(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부가세 별도) 오른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가 상승에 따른 기준원료비 조정에 따라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의 요금이 평균 1.8%(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부가세 별도) 오른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예고에 없던 이번 도시가스요금 인상은 앞서 인상이 결정된 전기요금과 함께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4월부터 킬로와트시(㎾h)당 6.9원 오른다.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외쳤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된 듯 4월부터 6월까지 적용될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됐지만, 앞서 결정된 기준연료비(4.9원)와 기후환경요금(2원) 인상 계획까지 바꾸진 못했다.

전기와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른 4월 인상분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일단 도시가스요금은 5월(1.23원)과 7월(1.9원), 10월(2.3원) 3차례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가스공사에 쌓인 1조8,000억 원 규모의 미수금 충당을 위한 것으로, 지난해 말 결정된 사안이다. 전기요금도 다가올 10월께 기준연료비를 4.9원 더 올릴 예정이다. 6월 말과 9월 말 결정될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분은 별도다.

정부의 강압적인 인상 억누르기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더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폭등으로 이미 한전과 가스공사가 엄청난 손해를 본 상황에서 현실적인 수급가격 정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낸 한전은 지금도 전기를 손해 보며 팔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2월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9월~11월 구간보다 20%올랐고, LNG 값은 39% 올랐다. 한전은 이를 토대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33.8원으로 산정했다. 한전은 분기별 3.0원만 올릴 수 있다는 연료비 연동제 규정에 따라 정부에 ㎾h당 3원 올리는 안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억제만 상책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준금리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듯, 에너지 요금도 독립된 기구에서 결정하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