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펴냄
"'논어'를 하나의 책으로 엮다 보니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 몇 달 사이에 빠진 이가 셋입니다. 그만 붓을 꺾고 세월이나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제게 세월을 허락해 글을 마칠 수 있게 해준다면 제법 볼 만한 책이 나올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둘째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을 엮은 경전이다. 사서삼경 가운데 특히 읽기 까다롭고 이견이 크게 갈리는 경전으로 꼽힌다. 같은 주석서라도 남송의 주자와 에도 막부의 오규 소라이, 조선 후기 정약용이 정리한 논어 해설서는 각각 전혀 다른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산은 강진 유배생활 중 '논어고금주'를 완성했다. 공자 이후 여러 학자들의 주석서를 모아 편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함께 밝히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귀양살이로 심신이 쇠약해진 터에 생각보다 마음 쓰는 일이 적지 않아 이가 셋이나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글을 놓지 못했다. '논어'만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에게 이 일은 숙명과도 같았다.
작업이 간단치 않았던 건 가장 권위 있는 주석서인 주자의 '논어집주'라든지 하안의 '논어집해' 등 유명 학자들의 해석에 의문이 들었던 탓이다.
다산은 이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앉아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고" 사유했다. 그러노라면 반드시 새로운 의미나 이치가 번뜩 떠올랐다고 한다.
다산이 주자의 '논어집주'에 과감하게 다른 의견을 낸 경우는 한 둘이 아니다. 이를테면 '논어'에서 가장 유명한 '삼우행' 고사에 대한 해석이다.
주자는 이를 "세 사람이 함께하면 반드시 그중 하나는 선하고 하나는 악하다. 선한 사람을 본받고 악한 사람은 살펴보며 나를 고쳐나간다면 함께 길을 가는 두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풀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해설이다.
이에 대해 다산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니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지 않다. '스승이 있다'는 말은 모두에게는 배울 만한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함께하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되듯 나 또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물들 것만 우려할 뿐, 자신 또한 타인을 물들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며 자기성찰을 강조했다.
'논어고금주'를 집필하기 전 다산은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귀양살이. 이런 상황에서 다산은 자신의 생이 혹시 헛돈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싸우며 '논어'를 다시 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쉰하나에 이르러 절망을 딛고 일어선 깨달음을 '논어고금주'로 정리했다.
신간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고전연구가 조윤제 씨가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다산이 남긴 여러 글을 교차해가며 다산이 오십에 이르러 평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듬어간 책이다. 앞서 나온 '다산의 마지막 공부'와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이은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완결판이다. 다산의 학문과 사상의 정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을 수 있었던 삶의 태도 등을 만날 수 있다. 35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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