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여론 지지 받으려면…

입력 2022-03-30 05:00:0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정쟁으로 번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혐오 조장이라며 정면충돌한 것이다. 전장연의 요구 사항은 이동권 보장이다.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도 있다. 탈시설을 돕는 예산을 788억 원까지 늘려 달라는 것이다.

시위 방식이 다소 둔탁했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지하철 객차에 전동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들이 한꺼번에 타고 내렸다. 더딘 이동에 지하철 지연 운행이 불가피했다. 이런 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들에게 10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다.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는데 지각까지 했다면 온종일 엉망이 된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이들의 태반은 갑보다 을이다.

전장연도 오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오죽하면 거리로 나왔겠나. 차별이 일상이라 느끼며 고통받아온 장애인들이다. 시민 불편이 늘자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를 다음 달 20일까지 중지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대통령직인수위가 답변을 해달라는 것이다.

옳은 결정이다. 공중도덕과 법은 존중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노약자 우선이 몸에 배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이들 옆에 어느 틈엔가 의인들이 나타난다. 성숙한 사회의 바탕인 공중도덕과 법이 무시되면 무법천지가 된다.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지만 그 안에서 외치는 까닭이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나 먼저'라고 아우성치는 곳부터 귀 기울이면 목소리 큰 사람만 가득해진다. 종국엔 떼로, 힘으로 밀어붙이게 된다. 재원은 제한적이고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정치권은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전장연은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의 일상이 공격받는 순간 여론전에 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