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을 시험 발사한 지 4년 4개월 만으로 미북 관계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던 2018년 핵실험·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북한에겐 모라토리엄 파기가 이토록 손쉽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됐다. 71분 동안 비행했다. 최대 고도 약 6천200㎞, 비행거리 1천80㎞로 탐지됐다. 2017년 화성-15형 ICBM이 최대 고도 4천475㎞, 비행거리 950㎞로 53분 동안 비행한 것에 비해 향상된 성능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불러대는 동안 키운 실력이다.
우리의 정권 교체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허를 찌른 도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랴부랴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언어 수사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호의로 대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낭만적 환상에 빠져 있던 대가다.
문 정부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준수를 믿고 오역하기까지 했다. 비핵화 의지로 해석한 것이다. 미국에는 대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말했다. 김정은은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비할 바 없이 압도적인 군사적 공격 능력을 갖추는 건 가장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 국가 방위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있지도 않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하는 역할을 우리 대통령이 맡았던 셈이다.
북한의 행보에 의외란 없다. 앞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나서면 핵실험을 재개할 공산이 크다. 현실에 빨리 눈을 떠야 한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달 태양절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노린 무력 시위를 이어갈 것도 자명하다. 북한 도발에 대처하는 것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윤석열 당선인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다. 윤 당선인은 이미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보폭을 맞춰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쥘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가 있다면 한미일 공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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