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생물응용학과 4학년 김 씨
"초교 때 음식물쓰레기통 옆서 개미 관찰…집단 생활·궁중 암투 등 사람과 비슷"
어렸을 때 곤충을 가지고 놀아본 기억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방학 숙제에 곤충 채집은 꼭 있었고, 잠자리나 메뚜기 등을 잡아 날개나 다리를 뜯어보는 장난을 치는 짖궂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랬던 아이들은 대부분 자라서는 곤충을 갖고 놀기보다는 성가셔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곤충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한 아이는 커서 곤충과 관련된 글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곤충박물관을 운영하며 자기가 곤충에 관심을 가졌을 때의 아이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충황제'라는 필명으로 재학중인 대학교 신문과 커뮤니티 등에 글을 쓰는 김건우(23, 경북대 생물응용 4) 씨가 그렇다.
김 씨는 경북대에 재학하면서 '에브리타임'이라는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과 경북대신문 '충황제의 곤충이야기'라는 코너를 통해 글로써 곤충들을 소개하고 있다. '충황제'라는 독특한 필명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봤다. 김 씨는 "일본에서 방송된 곤충 관련 프로그램 제목인데, 멋있게 느껴져서 따 왔다"고 말했다.
동·식물에 관심이 많고 키우기를 좋아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김 씨는 생물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 중 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6살 때부터였는데, 그 계기는 선물받은 사슴벌레의 죽음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사슴벌레를 키우는 세트를 선물받고는 사슴벌레를 갖고 놀고 괴롭히다 하루만에 벌레가 죽고 말았다. 그 때 어머니로부터 '네가 괴롭히는 바람에 벌레가 죽었다'며 '생명은 귀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나서 곤충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곤충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거예요. 그 때 개미집을 관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는데, 하필 그 장소가 음식물쓰레기통 옆이었던 거예요. 옆에 음식물쓰레기통이 있는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개미집을 관찰하다보니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거지 아니니?'라고 물어보시기도 하셨죠. 그렇게 두세 시간을 관찰하고 있으니 집에서는 '애가 집에 안 온다'고 난리가 났더라고요. 결국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에 왔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곤충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친구들에게 곤충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김 씨는 곤충을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재미를 느꼈다. 또 고교생 시절 곤충 관련 발표 등으로 과학 경진대회 등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 후 '충황제'로써 유명해진 건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말벌집을 직접 제거하고 인증한 글이 소위 '대박글'로 주목받고 곤충에 관한 글들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경북대 학생들 안에서 "충황제가 누구냐"라는 궁금증이 돌았고, 경북대신문을 통해 그 정체를 드러냈다.
김 씨가 '충황제'로서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 때는 지난해 11월 열린 대동제 때였다고. 경북대 총학생회에서 김 씨가 자신이 모은 곤충을 소개하는 부스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행사 규모가 크지 않았고 날씨가 늦가을이라 살아있는 곤충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하루에 500~600명이 들르는 인기 코너가 됐다. 김 씨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곤충을 징그러워할까 걱정했는데 흥미롭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은 개미다. 그 이유는 여러모로 사람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개미는 집단 생활을 하며, 냄새로 의사 소통을 해요. 게다가 전쟁도 하고 궁중 암투도 있어요. 정말 사람과 비슷하죠? 개미가 사람만큼 크다면 개미의 뇌가 사람보다 클 거예요. 개미를 잘 관찰하다 보면 우리의 인간사가 다 있어요."
김 씨는 부모님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여주에서 곤충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장을 맡으며 방학 때는 박물관에 오는 어린이들에게 곤충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한다. 김 씨는 "앞으로 곤충과 관련해 대중과 소통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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