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0억원대로 여전히 미약…그러나 조금씩 발전 중
"대체육은 고기 아니다" 축산 업계 견제도
건강·가치 소비 트렌드와 ESG 경영 화두로 비건은 업계 전반으로 퍼질 전망

대체육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박모(27) 씨는 주말엔 대체육을 섭취하기로 했다. 소고기 1kg가 25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아서다. 이는 나무 4그루가 1년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박 씨는 "평일에는 회식이 2~3주에 1번씩 예정돼 있어 엄격한 '비건'을 지향할 수는 없지만, 닿는 데까지 노력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소고기 등 '진짜' 육류를 사용하지 않은 대체육이 한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비건 식품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지만,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건강·환경을 중요 가치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대체육 등 비건 식품 시장, 아직까진 국내선 초기 시장 형성 단계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3.7% 증가한 1천740만달러(212억원)다. 2025년엔 시장규모가 이보다 29.9% 커진 2천260만달러(275억원)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대체육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장 규모가 작지만, '비거노믹스'가 잘 발달된 미국·유럽 등을 포함,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원을 넘었다. 2025년엔 1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체육이 2030년 세계 육류시장의 30%를, 2040년엔 60%가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봤을 정도로 시장 전망은 밝다.
◆대기업 진출 늘어가는 추세
다만 지금까지 대체육은 국내 시장에서 초기 단계인 탓에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형성돼왔다. 주 소비층은 채식주의자들로 수요가 낮아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대기업의 진출이 낮았던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리서치'가 국내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전체 제조사의 75.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대기업은 10.6%로 비교적 낮았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 자료
하지만 큰 규모의 식품업체들도 대체육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추세다. 맛있는 식품 형태로 가공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농심은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시작으로, 대체육을 활용한 떡갈비·소스 등 40여 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롯데푸드는 2020년 7월 식물성 함박스테이크인 '제로미트 함박' 2종을 내놓기도 했다. 동원F&B는 2019년 미국 대표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미트' 제품을 수입해 대체육 소시지를 마트·백화점에 유통하고 있다. 작년 2월엔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손잡고 대체육을 넣은 '비욘드미트 파니니'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CJ는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였고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와 손잡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활용해 만든 샌드위치를 내놓기도 했다.
◆대체육 시장 조금씩 커지다 보니, '고기 맞나' 하는 논란도
대체육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자, 축산 업계의 견제까지도 나오고 있다. '대체육은 고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명칭에서 '육'이나 '고기'를 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우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동물성 단백질 성분의 실제 육류와 영양소가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고기와 별도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차원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년 전부터 미국·유럽 등 서구 축산 업계에서 먼저 벌어진 '대체육 논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미주리·텍사스 등 일부 주에선 대체육에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대체육에 '고기' 표기를 할 수 있다고 봤다.
◆비건 트렌드는 여러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논쟁이 수년 전 벌어진 대체 우유 논쟁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가치 소비 트렌드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이와 관련한 여러 논쟁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비건을 표방하는 트렌드는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여러 제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위기 문제와 동물의 고통·스트레스를 생각하는 동물복지가 최근 기업 윤리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이런 기업들에게 돈을 쓰겠다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했다. 아몬드 우유·귀리 우유 등 견과류와 곡물로 만든 대체 우유가 나오는가 하면, 아몬드 우유로 만든 대체 치즈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선 동물성 성분을 제거하는 등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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