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샷: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입력 2022-03-24 09:57:58 수정 2022-03-26 07:31:13

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화이자 백신은 개발 돌입 9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사진은 화이자 로고 앞의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은 개발 돌입 9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사진은 화이자 로고 앞의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연합뉴스

2019년 12월 31일. 중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중국 우한시의 소규모 환자 집단에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불가사의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는 '코로나19'로 불리는 'SARS-CoV-2'였다. 바이러스는 이후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퍼져갔고 전 세계는 이내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2020년 12월 8일, 영국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90세의 마거릿 키넌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는다. '지난 100년에 걸쳐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불리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최초의 mRNA 백신이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2020년 초, 전례 없는 감염병으로 국가와 도시, 경제가 붕괴되자 모두가 치료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이자도 그 중 하나였다. 화이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연구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백신을 생산하고 있었고, 백신 개발을 위해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단백질, 접합 등 여러가지 기술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기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이었다.

mRNA 기술은 잠재력은 컸지만, 완성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 '미완의 플랫폼'이었다. 기존 백신은 감염성이 없는 병원체 일부를 통해 몸속 면역 체계를 가동한다. mRNA 백신은 실제 병원체 없이 몸이 스스로 백신을 만들도록 가르친다. 유망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회사의 사활을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수년에 걸쳐 개발되고 상용화까지 5년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례 없는 팬데믹에 직면한 인류에겐 그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화이자에겐 준비된 게임체인저가 필요했다. 결국 mRNA는 당시 화이자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 중 가장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선택지였던 것이다.

화이자가 이미 2018년 효과적인 독감 백신 개발을 위해 독일의 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mRNA 기술 제휴를 맺고 있었던 영향도 컸다. 결국 두 회사는 2020년 3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 개발에 착수한다. 화이자는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실패하면 손실은 모두 화이자의 몫이었다. 이들은 백신을 만들기로 결정한 지 9개월 만에 개발에서 생산까지 성공해냈다.

'문샷'은 세계 최초의 mRNA 백신이자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가 썼다.

이 책의 제목 '문샷'(moonshot)은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한다. 1949년 미국인들이 우주 탐사를 계획했을 때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인류는 2년이 넘는 기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위기와 싸워왔다. 이젠 조금씩 그 탈출구가 보이는 듯도 싶다. 그리고 그 전대미문의 위기를 넘어서는 결정적 발판을 백신이 부여했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은 달 탐사선 발사에 비견될 만하다.

백신 개발 주역이 직접 집필했다는 점에서 감안해야 할 대목도 분명 있겠지만, 백신 개발부터 생산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게다가 도전과 혁신, 리더십과 협업의 과정 등이 상세히 담긴 덕에, 경영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328쪽,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