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취약한 노인들 '무조건 집에만' 생각에 격리된 생활
지난해 1~7월 우울증 진료 받은 60대 이상 증가폭 커져
전문가 "비대면 방식이라도 사람과 접촉 기회 늘려야"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유대 관계 형성을 통해 고립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우울증(우울 에피소드, 재발성 우울장애)으로 진료를 받은 60대 이상은 전국에서 96만9천167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91만6천612명)보다 5.7% 증가했다. 2019년(89만9천956명)에서 2020년도 증가폭인 1.8%에 비해 급상승한 수치다.
지역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들에 따르면 과거 고령층 환자의 경우 가족 갈등, 자녀 문제 등 방문 이유가 다양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백신 예약 등 방역 관련 정보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기 때문에 노인들은 이런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고령층은 '무조건 집에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외출을 하더라도 산책만 할 뿐, 모임을 가지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격리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은 물론 친척, 자녀들과도 만남을 줄여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있는데, 이는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배우자와 사별해 홀로 사는 노인보다는 몸이 조금 아프더라도 부부가 같이 살면 우울 증세가 덜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경로당, 행정복지센터 강좌 등이 중단되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진 노인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자체에 의미를 두고 찾는 경우도 많다.
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관계자는 "정신과를 방문하는 고령층은 병원에 애정을 갖고 온다. 상담을 하며 원장과 말을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얼굴을 보는 등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소중한 것이다"며 "자녀들이 한 번만 모시고 오면 어르신들은 꾸준히 병원을 다닌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노인의 경우 정신적 문제가 두통, 가슴 통증, 설사 등 신체적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건강 검진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하거나, 기억력·활동력 저하 등 평소와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젊은 층은 우울증 등의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면, 고령층은 신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고령층은 정신과에 도달하는 시간이 젊은 층보다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증상을 빨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기억력, 활동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말씀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더라도 느끼는 감정은 다 똑같다. 사회적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전화 통화 등 비대면 방식이라도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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