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슬로푸드와 로컬푸드 “지역 농산물 애용하자!”

입력 2022-03-16 18:14:29

우리 지역 거주 ‘농부 OOO 씨’가 직접 재배한 채소 먹자
슬로푸드 운동은 로컬 농업을 발전시키고 장려하는 의미

최기문 영천시장이 신녕 농협에 설치된 마늘출하조절센터를 방문해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 가공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영천시 제공
최기문 영천시장이 신녕 농협에 설치된 마늘출하조절센터를 방문해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 가공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영천시 제공

며칠전 한 경제신문기사 중에 배달라이더의 월수입이 못벌어도 500만원이라는 기사를 읽고, 요즘은 놀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어디쯤 표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많은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식생활 문화의 변화일 것이다. 방역조치와 불안감으로 인해 식당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밀키트와 배달음식이 성행하고 있으며, 아파트 주변과 주택 골목에는 배달 오토바이 배기음이 일상의 소음으로 자리잡고 있다.

1986년 'M' 햄버거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자, 'M'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Fast Food)를 반대하며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은 음식의 맛을 표준화하고 전통 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보다는 식사와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었다.

슬로푸드 운동의 3대 지침은 ▷소멸위기에 처한 식음료 등 전통 음식문화 보전 ▷우수한 품질의 재료를 공급하는 소규모 생산자 보호 ▷소비자와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식(食)교육.

특히 슬로푸드 운동은 로컬푸드의 이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농업이 없이는 올바른 먹거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의 기후, 토양, 문화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농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웰빙 장단콩'. 매일신문 DB

로컬푸드와 상반되는 개념인 글로벌푸드는 지구 반대편의 누가 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생산할 때부터 농약과 항생제를 더 사용하게 경우가 많다. 또, 장거리 수송을 위해 농산물이 성숙하기 전에 미리 수확하거나, 수송 중에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등 환경이나 영양, 무엇보다 식품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로컬푸드의 장점은 지역문화와 생산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다양한 먹거리라는 점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는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산자는 판매 걱정없이 안정적으로 영농을 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요즘은 전국의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로컬푸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쯤에서 한번 되짚고 가야할 부분이 지난 수십년 동안의 우리 식생활 문화의 엄청난 변화다. 앞서 언급한 라이더의 월수입의 급상승이 배달 중심의 음식문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좋은 식재료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지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오늘처럼 봄바람이 살짝 느껴지는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실명으로 기재된 '농부 OOO 씨'가 직접 길러 재배한 호박과 고추, 깻잎을 재료로 한 구수한 된장국 저녁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이강서 농협중앙회 창녕연수원 교수
이강서 농협중앙회 창녕연수원 교수

이강서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