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방인식으로 지방화시대 못 이끌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구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국 최고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대구 시민들은 투표율 78.7%에 득표율 75.14%의 지지를 통해 초박빙의 대선 판도에 일등 공신이 됐다. 그야말로 대구가 대한민국 운명을 선도한 것이다.
이런 대구에 대해 최근 한 정치인은 중앙 정치에서 패했기 때문에 중앙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구에 '하방'을 해서 대구시장을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하방'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쓴 것은 놀랍게도 대구의 국회의원인 홍준표 의원이다.
원래 '하방'이라는 말은 중국 공산당원이나 공무원의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일정 기간 열악한 환경의 농촌이나 노동 강도가 센 생활 현장에서 종사하게 한 운동이다.
대구가 중앙 정치에서 밀리면 후퇴하는 곳인가. 중앙의 어떤 자리보다 대구시장직이 격이 그렇게 낮은가. 대구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가 있는 지역구인데, 그간 국회의원으로서 대구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의원은 또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 '깨끗한 승복'보다 신천지 교인들의 개입을 인정하는 발언과 8일 피날레 유세에 건강검진을 이유로 불참했다. 선당후사는 허울일 뿐, 항상 '내부 총질'하는 정치인이라는 말이 유독히 많이 따라다니는 것도 이런 행동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11.4%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넘게 살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은 점점 비대해져 집값 폭등, 교통지옥 등으로 동맥경화가 걸릴 지경이고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려 빈사 상태로 지방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30년 후 전국 시군구 228개 중 절반 가까운 46%가 사라진다고 한다.
대구 인구도 240만 명이 무너졌다. 총체적인 위기다. 이런 양극화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에 우리나라의 일자리, 교육, 문화 정치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권적 성장 정책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압축 성장을 가져온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주민의 요구가 다원화된 시기에는 중앙정부의 획일화된 정책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중앙정부가 우리 지역 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지역 특성에 맞게 법과 제도를 자율적으로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재정 분권을 통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나 사업을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지방화 시대에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듯 '하방'이라는 표현을 거듭 쓰고 있는 것은, 광역단체장을 하려는 사람으로서 지역에 대한 개념 부족을 떠나 시대정신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것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운동을 전국에 들불처럼 퍼트려 민주주의 발판을 만든 곳이다. 지방분권운동도 대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고 지방분권 조례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 그래서 지방분권 선도 도시라 불리고 있는데, 홍 의원에게는 아직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감은 전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원 의석 한 석이 아쉬운데 2년 만에 금배지를 자진 반납해 굳이 '하방'이라는 낡은 표현 방식의 출마 선언을 하는 구태적 인사보다, 앞으로의 광역단체장은 지방화 시대에 맞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화하고 대구의 위상을 높이는 일을 앞장서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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