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접어야 할 판"…대구 휘발유 가격 2천원대 직전

입력 2022-03-15 16:56:33 수정 2022-03-16 07:10:44

2012년 9월(2천7.23원) 이후 9년 6개월 만의 최고가
"유가 하락할 땐 늦게 내리고 오르면 빨리 올린다"는 불만도 많아져

주유소에서 한 배달기사가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유소에서 한 배달기사가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구에서 돈가스를 판매하는 자영업자 강모(46) 씨는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배달료 부담에 직접 배달을 병행하고 있다. 강 씨는 "작년엔 오토바이의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1만원이면 가득 찼는데 지금은 턱도 없다"며 "이러면 직접 배달을 할 이유가 없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지역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원대 직전까지 도달하면서 시민들의 유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작년 11월 유류세 20% 인하 조치로 휘발유 기준 ℓ당 164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그 효과가 상쇄됐고 인하율을 30%까지 올려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류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구 지역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8.14원 오른 1천997.30원까지 올랐다. 2012년 9월(2천7.23원)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가로, 2천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서 가장 비싼 곳인 A주유소는 2천295원까지 치솟았고, 최저가인 B주유소도 1천899원을 나타내 1천800원대 주유소를 사실상 보기 어렵게 됐다.

전국 기준 휘발유 가격은 1천999.58원이었고 17개 시도 중 7개 시도에서 2천원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2천86원)은 2천100원대 진입을 앞뒀고 제주(2천104원)는 지난 14일 이미 2천100원을 돌파했다.

유류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일각에선 유가 상승기엔 휘발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기엔 천천히 내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국제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작년 11월 둘째 주 대비 87.76원 올라 유류세 인하분(164원)을 적용하면 76.24원 내려야 하는데 실제 이를 지킨 전국 주유소(1만886곳)는 단 5곳에 불과했고 상당수 주유소가 오히려 올렸다는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2~3주 전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물가 부담이 커졌다. 2주 전인 지난 1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겼다. 다만 14일 기준 WTI 가격은 중국 대도시의 셧다운 소식 등 유가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100달러 밑으로 급락했으므로 휘발유 가격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도 생겼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고 인하폭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