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북에서 남으로 수시로 변해 생고생
역대 최장 산불 기록을 세운 울진 산불로 인해 아찔했던 순간도 잇따랐다.
원전 6기가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와 금강송 군락지, 울진시가지 등지로 불길이 접근하면서 울진은 물론 전국민이 초긴장 상태로 지켜보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산불 발생 첫 날 초속 25m가 넘는 강풍으로 불길이 울진을 넘어 강원도 삼척까지 확산했는가 하면 다시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지에서 15km 가량 떨어진 원전 울타리까지 접근했다.
자칫하면 원전이 불길에 휩싸일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불씨가 날아들자 소방과 원전 자체 진화대가 불을 진화했다. 또 한울원자력본부도 원전 출력을 50%로 낮추는 등 비상 가동에 들어갔다.
소방청은 한울원전 요청에 따라 울산119화학구조센터에 배치된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지원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울진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으며 다행히 밤사이 강풍이 잦아들면서 한울원전을 위협했던 화마는 물러났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산불 발생 이튿날인 지난 5일 불길은 바람을 타고 인구 밀집 지역인 울진 시가지로 방향을 틀었다.
울진 인구(4만7천775명) 약 30%가 거주하는 울진읍 아파트 단지 뒷산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자 긴장감은 최고로 치솟았고, 울진군과 산림 당국은 주민 1만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산림과 소방당국을 비롯한 군민들은 시가지 입구에 있는 가스충전소와 주유소에 불길이 닿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 가까스로 불길을 막아 냈다. 불길과 가스충전소간 거리는 불과 10m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시가지 주변 곳곳에 시커먼 불길 자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불길을 막지 못했다면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져 그야말로 울진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건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한 숨 돌리는가 했던 불길은 다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했다.
산림 당국과 소방은 이번 산불 진화에 가장 큰 고비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보호를 꼽았다.
8일 오전 7시쯤 금강송 군락지 경계선에서 튄 불똥이 금강송 몇 그루에 옮겨 붙어 긴급 진화가 진행됐다.
산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3시간 뒤 금강송 군락지를 침범해 군락지 경계 일부 구역이 소실됐다.
몇 차례 불길이 침범하기를 되풀이 했지만 민관군이 합심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사투를 벌인 탓에 마침내 금강송 군락지가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산불로 인해 울진 하늘은 소방과 군 헬기가 물 바구니를 매단 채 쉴 새 없이 날아 다녔다.
산불진화를 진두지휘한 최병암 산림청장은 "10일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산불진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신 관계기관 모두에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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