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소주 주름잡던 금복주…맥을 못추고 있다

입력 2022-03-09 20:35:51 수정 2022-03-09 21:53:16

2010년 대구경북 소주 점유율 80% 넘었던 '참소주' 금복주

한 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7일 점심시간에 찾은 대구 북구 한 초밥집의 주류 냉장고 상단 2~3번째 칸엔 '참이슬'과 '진로'가 각각 15병씩 있었고 그 하단에 '깨끗한 아침 참' 9병이 있었다. 통상 상단 2~3번째 칸이 주류를 집기 편한 자리인 탓에 가장 잘 팔리는 주류를 넣고 그보다 덜 나가는 주류는 그 아래 칸에 둔다. 이곳 직원은 "금복주 브랜드의 비중은 30% 정도"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쯤 대구 동성로의 한 고깃집 테이블에선 '소주 2병 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그러자 유모(47) 사장은 "'진로'로 드릴까요, '참이슬'로 드릴까요"라고 되물었다. 대구경북 소주업체인 금복주 브랜드인 '깨끗한 아침 참'은 묻지도 않은 것이다. 유 사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주를 달라'고 하면 금복주 브랜드를 건넸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참이슬'을 찾는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소주 업계에서 최고 강자 타이틀을 갖고 있던 금복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주류도매상들이 50% 이상을 지역소주로 구매해야 하는 이른바 '1도 1주'가 1996년 폐지됐음에도 금복주는 15년 이상 대구경북 소주 점유율을 평정해왔지만 코로나19 전후 시점으로 대구경북 소주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2010년 당시 대구경북 소주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금복주의 대구경북 소주시장 점유율은 83.9%로 '절대 우위'를 지녔다. '참이슬'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는 15.2%였고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는 0.6%에 불과했다. 현재는 주류업계의 자료제출 의무화가 폐지돼 소주 점유율을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금복주 자체 집계로는 대구에서 30%, 경북에서 50%, 합계 40% 정도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 상인회와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5% 안팎으로 조금 올라섰고, 나머지 자리의 대부분을 하이트진로가 빠르게 꿰찬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2018년 하이트진로가 마산 맥주공장 생산라인을 소주 생산으로 돌린 이후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서면서 금복주의 50% 점유율 자리마저도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회식 자제 분위기가 이어져 '법인 카드'를 통한 주류 소비가 크게 줄자, 지역 소주업계의 어려움은 특히 가중됐다.

'엎친 데 곂친 격'으로 2020년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주 수요가 줄고 대면 판촉활동도 어려워진 점은 지역 소주업계에 더 가혹하다. 당장 전체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비대면 마케팅·사업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와는 달리, 판촉활동비 등 당장의 고정비용마저도 감내하기도 어렵다.

예전처럼 '향토기업'이라는 이유로 우선적으로 애용해 주던 현상도 옅어졌다. 경북대 학생 윤모(23) 씨는 "소주를 한 달에 4, 5회 정도 마시는 편이지만 '깨끗한 아침 참'이 대구경북 기업인지는 정확히 몰랐다"면서 "주로 주는 대로 마셔왔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의 한 상인회장은 "'수돗물 사태'와 '성차별 논란' 등 지역에서 2개의 사건이 크게 작용하면서 조금씩 점유율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금복주 관계자는 "대기업 브랜드는 광고·마케팅을 지역 회사보다 강하게 해온 데다, 소비자들도 이제 지역 기업이라고 해서 애용하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 2~3년간 더 힘들어졌다"면서 "다만 앞으로 반전의 계기를 삼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마케팅·사회공헌활동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