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산불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5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대피하고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를 찾아 바닥에 주저앉아 이재민의 손을 잡고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오면 일 수습도 빨라지고 복구도 빨라지고 위로가 될까 싶어 왔다"고 했다.
4일 발생한 산불이 아직 진화되지 않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산불 현장을 방문했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급하게 일정을 추가했다. 윤 후보는 4일 밤 10시 40분쯤 울진 산불 이재민보호소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제가 큰 힘이 되겠냐마는 그냥 손을 잡아드리고, 신속하게 화재가 진압되면 국가가 법에 따라 주거를 다시 지어드리고 하는 절차가 진행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5일 새벽 4시쯤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를 방문해 "집 잃은 분들이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집이 불타 버려서 돌아갈 곳이 없는 분들에 대한 주거 대책이 강화돼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접한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정치개혁 관련 권력 구조 개편'을 이야기할 때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우리나라가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선 승자독식 사회를 이끈 35년 양당 체제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고 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했다.
"21세기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꿈을 버리고 정치의 마에스트로가 되어야 한다"는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섬앤섬)을 출간한 국내 대통령학 권위자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정치적 목표는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이 돼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니 집이 불타고 살 곳을 잃은 이재민들의 아픔은 현 대통령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들의 방문으로 얼마나 위안을 받았을까. 이들의 발걸음이 늦은 밤이라고 해도 새벽이라고 해도 큰 위안이 된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일본은 대규모의 지진과 화산, 해일, 태풍, 집중호우 등 지질학적 조건으로 인한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나라다. 예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지진, 번개, 불, 아버지'라는 속담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지진을 가장 무서워한다. 여하튼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다.
피해가 있을 때마다 지도층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간다. 1995년 고베 지진 때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발생 이틀 후 현장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서 국민들은 너무 늦게 왔다고 비난했다. 이것을 의식한 것일까.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사고 다음 날 바로 현장을 찾았다. 그러자 "총리가 재난 현장에서 할 일도 없는데 너무 빨리 와서 구조에 방해만 주었다"는 말을 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아베 신조 총리는 9일이나 지난 후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이에 여론은 "심히 적절한 시기에 왔다"는 평가를 했다. 무슨 잣대가 이럴까. 답은 하나다. 당시 내각 지지율이 그것을 말한다. 2016년 내각 지지율이 60%에 육박한 시점이니 아베 총리가 뭘 한들 예뻐 보이기만 했다. 1995년 36%, 2011년 22%의 지지율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치인의 재해 현장 방문은 이 정도의 의미다. "대통령이 직접 오면 일 수습도 빨라지고 복구도 빨라지고 위로가 될까 싶어 왔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일본의 총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긍정의 힘'을 가진다. 결코 '제왕적 대통령'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일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는다.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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