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장 김여환 전문의
호스피스서 지켜본 죽음…책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으로 펴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죽음'이란 것은 '절대 내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로 왜냐하면 죽을 때 겪게 될 고통이 무섭고, 죽은 다음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공포스러우며, 죽은 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장으로 지내며 천 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여환 씨는 "헬시 에이징(Healthy Aging), 그러니까 건강하게 늙어감의 마지막은 결국 웰 다잉(Well Dying), 잘 죽는 것"이라며 "'어떻게 죽어갔으면 좋겠다'를 미리 생각해야 나중에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편안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자신이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엮어 펴낸 책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전하려 한다.
김 씨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또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을 푸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김 씨가 책을 통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진통제 사용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진통제 내성을 두려워해 일부러 진통제 처방을 거부하거나 진통제를 약에서 몰래 빼 버리는 사례들이 실려 있다. 김 씨는 이런 사례들이 진통제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환자의 암성 통증은 진통제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모르핀 등의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 환자의 고통도 줄면서 그만큼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죠.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자꾸 쓰면 중독된다'며 우려하죠. 하지만 모르핀은 내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예요. 진통제와 함께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며 감정을 달래주다 보면 진통제 사용량도 줄어들어요."
김 씨는 자신의 동기들이 이미 전문의가 됐을 39살 때 수련의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의대 본과 2학년 때 결혼한 뒤 13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시작한 수련의 생활이었다. 김 씨는 이 때 죽음과 통증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한 장면을 목격한다.
"담도암으로 입원한 환자였는데 목사님이셨대요. 온 몸에 황달이 너무 심했고 심한 통증에 고함은 물론 욕설까지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주변에서는 '인생을 잘못 살아서 저런 고통을 받는다'며 손가락질을 하더라구요. 그게 너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전공을 가정의학으로 선택하고 '통증은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다시 그 환자 생각이 났어요. 그러면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나 호스피스 시스템과 같은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이제 김 씨는 더이상 호스피스 의사가 아니다. 현재 김 씨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포츠 생활지도자 2급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건강하게 나이드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연구하는 건 노화를 없애는 '항노화'가 아니라 건강하게 늙어가는 '헬시 에이징'"이라고 정의한다.
천 번의 죽음을 옆에서 본 김 씨에게 인생의 마지막에 후회없이 잘 떠나기 위한 방법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환자들을 관찰해보니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했을 때였어요.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자신이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열심히 살았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분들은 편하게 떠나시더라구요. 삶과 죽음 사이에는 '죽어감'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고 이걸 생각하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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