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란' 포켓몬빵 먹어보니 "훌쩍 커버린 나, 너는 그대로구나"

입력 2022-03-02 22:03:33 수정 2022-03-03 00:33:57

90년대 인기 여전하네…품귀현상에 주가 '출렁'
포켓몬 빵 중고거래에 스티커 빼돌리기 논란도

16년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2030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주형 기자
16년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2030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주형 기자

"저기요…혹시 포켓몬빵 들어왔나요?" 쭈뼛거리는 기자의 물음에 많아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편의점 알바생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포켓몬이요? 그런건 없는데요" 알바생은 1998년에 첫 출시된 이 빵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해 초·중등학생이었던 M세대와 유아에 불과했던 Z세대의 세대차이인 것일까. 호기롭게 편의점에 들어가 빵 매대만 기웃거리다 직원의 의아한 눈초리를 받으며 빈손으로 나온지 이틀 만에 포켓몬 빵 구매에 성공했다.

◆ 포켓몬빵에 스티커 하나, 추억 둘

포켓몬 빵 출시 직후인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의 편의점 20곳을 돌아다녔다. 거리 곳곳에 편의점이 입점한 중심상업지구였지만 포켓몬빵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검색하니 어디서 빵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글이 쏟아졌다. 'GS25에서는 안파니 CU와 세븐일레븐에 가봐라', '편의점 물건이 배송되는 오전과 야간 시간대를 노려야 한다', '지역별로도 수량이 다르다. 아무래도 수도권 지역에 먼저 풀린다' 등 누리꾼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포켓몬 빵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성구와 중구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편의점 직원은 "들어온 지 1시간도 안됐다"며 "2개 밖에 안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20여년만에 먹는 초코롤빵은 여전히 우유와 함께 찰떡궁합을 자랑했고, 스티커를 뜯는 그 순간은 여전히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 큰 어른들이 포켓몬 스티커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빵이 어린 시절 추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출시 1주일도 안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억에 잠긴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포켓몬 빵을 찾아 동네를 이 잡듯 돌아다녔다는 누리꾼들의 모험담도 눈에 띄었다.

30대 아기 엄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 빵은 제가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빵인데 우리 아들도 맛있다고 한다"며 "아이랑 같이 빵을 찾아 다니는데 눈물이 찔끔 흘렀다"고 말했다.

주로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포켓몬빵을 찾아 나선다는 직장인 A(34) 씨는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빵을 얻어 먹으려고 잘사는 집 친구 꽁무니를 따라다녔었다"며 "여전히 너무 맛있다. 이젠 내가 번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다는 것만 달라졌다. 엄마에게도 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 매대에 포켓몬 빵이 진열 중이다. 이주형 기자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 매대에 포켓몬 빵이 진열 중이다. 이주형 기자

◆ 편의점에선 포켓몬빵 모시기, 회사 주가마저 고공행진

소비자를 잡기 위한 편의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먼저 출시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포켓몬빵이 출시된 지난달 24일 이후 1일까지 초도물량을 약 95% 소진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3종류의 빵만 판매했던 세븐일레븐은 종류를 늘려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포켓몬빵을 취급하지 않았던 GS25도 뒤늦게 각 점포에 발주를 받고 있다. 물건 입고와 동시에 진열 준비를 마치고 오는 4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2일 수성구의 한 편의점주는 "지난주에는 들어올 때 마다 한 두개 씩 들어왔는데,진열하는 족족 순식간에 판매됐다"며 "찾아와서 포켓몬빵이 있냐고 묻는 손님들도 갑자기 많아져서 발주량을 늘리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포켓몬빵만을 위한 매대를 따로 만들었다. 그는 "30개가 들어왔는데 단 2시간만에 다 팔렸다"면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이 MZ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한 점도 판매율을 상승시키는 데 주효했는데, 판매채널이 온라인부터 편의점까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확장된 점이 판매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켓몬빵 대란에 빵 회사의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2일 SPC삼립은 장중 9만1800원까지 오르며 거침없이 상승하다, 등락을 거듭 전날보다 7.3% 오른 9만200원에 마감했다. 연중 최고치다. 최근 SPC삼립은 하루 1만주 정도 거래되었는데, 이날은 하루 거래량이 15만주를 넘어섰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캡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캡쳐

◆ 불티나는 인기에 여전한 논란…스티커 빼돌리기 정황도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큰 인기를 얻으며 논란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포켓몬 띠부띠부씰(뗏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만 빼돌려 되파는 듯한 정황이 포착된 것.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오프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 제조사의 관리 소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1998년 출시 당시 포켓몬빵은 월 평균 500만개씩 팔리며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빵 속에 있는 스티커가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스티커만 갖고 빵은 버리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뉴스에 나왔을 정도였다.

다시 포켓몬빵이 인기를 얻으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 빵만 팔거나, 스티커만 구한다는 중고거래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스티커만 모으겠다며 먹지 않은 포켓몬빵을 무료 나눔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포켓몬스터 관련 스티커를 수집하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출시된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 700장을 장당 8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유통되지 않는 스티커를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의혹이 제기되자 글 작성자는 "유통된 빵을 대량으로 사는 분들로부터 씰만 가져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재차 글을 올려 "우리 가족은 삼립 직원 아니다. 처음에 삼립 관련된 일이라고 적었는데, 그 일이 삼립 빵을 많이 산다는 것을 뜻한다"며 "빵 구매자는 우리 가족이고, 횡령한 것이 아니고 '내돈내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쓴이의 해명 이후에도 의혹은 그치지 않았다. 만약 해당 글쓴이가 SPC삼립의 관계자가 맞다면 띠부띠부씰을 빼돌린 행위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SPC삼립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해당 글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