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작은 지구촌] 다문화학생과 '함께'…'이중언어' 교육 화두

입력 2022-02-22 15:40:39 수정 2022-02-22 21:22:30

2021년 대구 다문화학생 5천145명…10년 전 대비 4배↑
다문화가정 학부모 "이중언어 가능한 강사 밑에서 효과적인 한국어 학습 이뤄져"
외국인 국적 점점 다양해져… 다양한 이중언어 인력풀 갖춰나가야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3일~14일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초·중학교 다문화학생을 위해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3일~14일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초·중학교 다문화학생을 위해 '겨울방학 중 한국어집중 배움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베트남에서 온 팜티홍(39·가명) 씨는 2년 전 8살 둘째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아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했다. 학교를 다녔지만, 교사가 베트남어를 하지 못해 의사 소통이 어려웠다. 아들의 한국어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그러다 팜티홍 씨는 운 좋게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베트남 출신 선생님을 소개 받았다. 말이 통하니 아이도 좋아해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대구의 다문화학생 갈수록 늘어나면서 효과적인 한국어 학습을 위한 이중언어교육이 화두로 떠올랐다.

14일 교육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초·중·고교의 다문화학생 수는 5천145명으로, 처음으로 5천 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12년 1천217명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다문화학생은 늘었다. 이로 인해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은 2012년 0.3%에서 지난해 2.1%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내 다문화학생이 3천65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학교가 1천99명, 고등학교 384명 등의 순이었다.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이 많은 만큼, 향후 중·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 국제결혼 가정 중 국내 출생인 다문화학생이 4천316명으로 가장 많고, 외국인가정 525명, 중도입국 304명 순이었다. 특히 부모가 둘 다 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가정의 학생이 지난 2012년 48명에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은 부모가 모두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이중언어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다.

현재 대구 8개 구·군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어가 부족한 아이들의 가정에 직접 찾아가 학습을 지도하는 방문교육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방문교육지도사(이하 방문지도사) 대부분이 한국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를 학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어 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120시간 이상 들었다면 방문지도사에 지원할 수 있고, 이때 이중언어 능력은 필수로 고려되지 않는다.

아이 셋을 키우는 베트남 출신 김민희(40) 씨는 "방문지도사 선생님이 베트남어를 전혀 못하는 분이라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와 대화 자체가 안 통해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반 영어학원에도 한국인과 원어민 선생님이 따로 있는 것처럼 모국어(베트남어)도 가능한 선생님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 대학에서나 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지원 사업에서도 이중언어 강사는 넉넉하지 않고, 있더라도 특정 언어에 치우쳐져 있다.

경북대 재학생 서모(23) 씨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학생 멘토링 활동에 지난 1년 간 멘토로 참여했지만 가르치는 학생들의 모국어를 할 수 있는 멘토는 한번도 못 봤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제결혼 가정의 중도입국 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국어집중 배움학급에 지원하는 사람들 중 영어, 일본어가 되는 분들은 많지만 베트남어나 러시아어가 되는 분들은 거의 없다"며 "대구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모든 언어의 인력풀을 충분히 갖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