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언급하며 보수 표심 총결집 시도
민주당·文 대통령 분리하며 與 지지층 품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전통적 지지층이 밀집한 대구경북(TK)을 찾아와 '저인망식' 집중 유세를 벌였다. 젊은 층의 강한 지지를 받는 이준석 당 대표까지 대동, 여러 차례의 지역 방문에서 시간 상 방문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구석구석 순회하며 지역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거듭했다.
윤 후보는 그동안 호남을 비롯한 당의 열세 지역에 특별한 공을 들여왔다. 외연 확장을 노린 행보였지만, 이면에는 TK를 비롯한 전통적 지지층에게 다소 소홀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윤 후보가 현 정부의 이른바 '적폐 수사' 칼잡이였다는 이력 탓에 역대 보수정당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TK 지지율이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윤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이던 지난 15일 TK를 찾은 이후 사흘도 채 되지 않아 재방문 일정을 잡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 첫 주에만 두 차례 TK 표심을 훑으며 핵심 지지층을 확실히 다져둔 뒤 중원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박정희, 다시 배우겠다" 표 결집 주력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경북 상주에서 일정을 시작, 김천을 거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구미역, 칠곡 왜관역, 대구 달성군 대실역사거리, 달서구 월배시장, 동성로 등 순으로 유세를 이어갔다.
경북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현 정부의 실정을 질타하며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행보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명록에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 다시 제대로 배우겠습니다'고 쓴 윤 후보는 "지금은 세계적 대전환기고,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을 지금 시대에 맞춰 다시 꼼꼼하게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구미역 유세에서는 "구미를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과학 기술단지로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며 "포항제철과 울산의 조선·석유·화학·자동차와 함께 구미는 섬유·기계·전기·전자의 저력있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첨병이었다. 구미가 영광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구미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구미를 지금같은 산업 도시로 만들어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새로운 지역 발전 동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지지세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후보는 상주와 김천, 칠곡 등 유세에서는 민주당과 현 정부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하며 '정권심판론' 점화를 시도했다. 특히 보수정당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언급하며 스스로 '보수정당 대선 후보'임을 명확히 했다.
윤 후보는 상주 풍물시장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나라의 빚은 엄청나게 쌓였는데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해 주 36시간 이상 양질 일자리가 더 줄어들었다"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폄훼하고 부수고 있다"며 "이걸 잘 지켜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와 문경 시민들이 마음껏 쓸 수 있게 잘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대구로 향한 윤 후보는 2·18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를 맞아 중앙로역을 방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재차 '대구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세상을 떠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미뤄 짐작하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아가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정상화" 중도층도 '끌어안기'
윤 후보는 이날 현 정부를 '민주당 정권'이라고 칭하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은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에도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지만 비상식적인 일부 탓에 힘을 쓰지 못하니, 이번 대선에서 강력하게 심판해 괜찮은 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이재명 후보를 비토하는 민주당 지지층까지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대구 달성군 대실역사거리 유세에서도 이른바 '광주 쇼핑몰' 공약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를 언급하며 "자기들 정치거점 도시에 대형 쇼핑몰이 생겨 명품에 관심을 가지면 투쟁의지가 약해진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 같다"고 같은 맥락의 비난을 내놨다.
윤 후보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면 젊은이들과 사람들이 모이고, 자영업자도 잘 된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 줄 아느냐. 투쟁 의지가 약화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광주전남을 고정 지지층으로 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대구에 와서 광주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잘 되는 것이 국민의힘과 달성에 좋기 때문"이라며 다소 의외의 이야기도 꺼냈다.
윤 후보는 "민주당에도 상식있고 양심있는 정치인이 있는데, 광주에 쇼핑몰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거점으로서의 투쟁 의지만 생각하는 이런 정치인들은 끌어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상식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 옆에 붙어 있고, 지난 5년 간 경제외 외교를 망친 주범들이다. 퇴출시켜야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돼서도 협치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내내 '민주당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집권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다소 분리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다. 집권 말까지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과의 직접적 마찰을 피하며 이재명 후보와 특정 정치세력을 심판, 여당을 정상적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여당 심판론'에 힘을 싣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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