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대선 후보의 대구경북(TK) 지역 공약을 뜯어보면 과거 공약의 재탕, 삼탕이 대다수로, 참신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TK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민의힘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상 첫 TK 출신 민주당 대통령 선출을 노리는 집권여당 후보지만, 정작 공약에선 고향 발전을 위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대구 공약의 경우 대구시 제안 외 이 후보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건 도심 내 미군기지 및 한국군 주둔지 이전과 경부선 도심구간 지하화 등 두 가지 정도다.
반면 2017년 문재인 후보는 ▷대구경북권 광역철도 지원 ▷국채보상운동 정신의 세계화 ▷섬유·안경 등 뿌리산업 혁신성장 지원 등 6개 공약을 자체적으로 발굴했다.
이 후보의 나머지 공약 역시 앞서 문 후보의 공약을 포장지만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물의 도시 조성 공약은 문 후보의 국제적 물산업 허브도시 육성과 판박이고,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 공약은 10년 전인 2012년 문 후보의 기존 산업단지 업그레이드 공약과 유사품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 고향 안동이 위치한 경북 공약도 마찬가지다.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을 비롯해 ▷이차전지·소재산업 라인 구축 ▷글로벌 백신․의료산업 벨트 조성 ▷과학·기술 중심 신산업생태계를 조성 등은 앞서 문 후보가 5년 전과 10년 전에 제시한 공약을 산업 트렌드에 맞춰 살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이 후보가 대구 군기지 이전 공약과 같은 '킬러 콘텐츠'로서 육군사관학교 안동 이전을 약속한 점은 경북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텃밭' TK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역 공약도 앞서 박근혜·홍준표 후보가 제시했던 공약과 사실상 판박이다.
대구의 경우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산업 허브 조성 공약은 2012년 박근혜 후보 때 나온 얘기에 살만 덧붙였고,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건설은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공약과 똑같다. 5+1(물·로봇·미래차·의료·에너지·스마트시티) 미래 신산업 육성 역시 박 후보와 홍 후보의 신산업 육성 공약을 총정리한 수준이다.
새로운 건 경부선 고속철도 도심구간 지하화와 안전한 물공급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 등 두 가지다.
경북 공약도 마찬가지다. 경주와 포항에 가속기 기반 첨단 연구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박 후보의 동해안 첨단과학·그린에너지 비즈니스 거점화 구상 그대로다. 경북 북부지역에 공약한 세계적인 백신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이미 홍 후보가 '네이처 생명산업 수도' 조성으로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 없던 새 공약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및 소형모듈 원자로 특화 국가산단 조성이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원상복구' 수준이다.
양강의 TK 공약이 '오십보백보'라는 비판을 받지만, 그나마 이 후보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육사 안동 이전 공약은 충남의 강력한 반발에도 수정 없이 밀어붙였고, TK 민주당 지역위원장 및 광역·기초의원의 제안을 바탕으로 기초단체별 '우리동네공약'까지 발표하고 있어서다.
반면 TK에서 독점체제를 누리고 있는 국민의힘은 박근혜 후보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의 제안 외 새 공약 발굴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타 지역과 갈등을 우려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정당은 TK 공약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를 얻으니 공약 이행 의지가 떨어지고, 진보정당은 TK에 공약을 내놓아도 뽑아 주질 않으니 수권정당으로서 지역의 참신한 공약 발굴 의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 이후 지역 공약이 부실한데다가 주목도조차 높지 않은 상황에 대해 수도권 집중화를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은 지방에 산업단지를 설립한다고 공약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및 지방분권 헌법 명문화를 공약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역 관련 공약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수도권 집중화와 나머지 지역 간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있다. 득표 전략상 후보자 입장에서 지방에 대한 과감한 공약이 유리하지 않다"면서 "나아가 TK에 특정 공약을 제시할 경우 PK는 물론 호남 등 타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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