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협상 두고 의견 갈리는 국힘…문제는 각자 셈법?

입력 2022-02-16 18:01:01 수정 2022-02-16 21:15:45

이준석 "여론조사 방식은 시한 지나"…이재오 "다 이긴 것처럼 출싹거려"
논의 과정서 보수 분열 촉발 우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야권 단일화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연일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보수진영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에 대해 "그런 방식의 단일화 시한은 이미 한참 지났다"며 "우리 후보가 굉장히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결국 정치적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고,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4일에도 "지금까지 제가 안 후보에 대해 여러 예측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들어맞고야 말았다"며 "다시 한번 예측하자면 결국 접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의 중도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후보 사퇴 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 선언 정도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가 "현재 4명의 대선 후보에 대한 순위가 대강 나와 있는 상황에서 2명만 뽑아서 여론조사를 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 후보 지지율을 합친 것과 비슷하게 나온다"며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으로 단일화를 추진할 때 발생할 역선택 문제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도우려 안 후보를 선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그는 역선택 방지조항 없는 단일화 논의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원로들은 1997년 DJP 단일화 선언을 거론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한결같이 요구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5일 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윤 후보 주변에서 "다 이긴 것처럼 오만하고 촐싹거리는 사람이 있다"며 이 사람들이 일을 그릇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고문이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단일화에 부정적 견해를 내어온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고문이 "같은 야당에서 안 후보를 비난하거나 욕하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주체마다 셈법이 제각기 달라서 빚어진 '촌극'이라고 해석한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입장에서는 윤 후보가 다자구도에서 이 후보에게 박빙이기는 하나 우세를 이어가는 만큼 안 후보와 단일화를 서두르다 자칫 지방선거 공천권을 비롯해 차기 정부 입각 등에서 지분을 빼앗길 수 있어 '자력 승부'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기에 이 대표의 2027년 대선 출마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안 후보도 이번에 대권을 잡지 못하면 다음 대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차차기 구도가 단일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면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든 실망하는 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라는 보수진영의 대의를 앞두고 생길 미세한 균열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가늠키 어렵다"면서도 "보수 야권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윤 후보, 안 후보, 이 대표 모두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는 만큼 상황이 또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