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간부들 자매마을 찾아 주민 원성 경청만
지주사 설립 당위성 홍보 지시에 마스크·검사키트 주며 시민 설득
"나도 포스코홀딩스 설립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도 본사를 왜 서울에 둬야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주민들에게 잘 설명하라고 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포항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긍정적으로 설득하라는 포스코 윗선의 지시가 나오면서 현장 간부들이 엄청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포스코와 주민 등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중간관리자들은 지역사회와의 유대강화를 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포항지역 마을 127곳을 찾아 방역 마스크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나눠주며 포스코홀딩스 설립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현장 중간관리자들은 오랜 기간 자매마을에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포스코 입장에서는 주민설득에 가장 적합한 인사들이다.
이 같은 활동은 지난 8일쯤 시작됐는데, 현장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커 포스코홀딩스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힘들다는 게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반세기 이상 포스코의 성장을 묵묵히 응원해준 지역민들에게 포스코그룹을 지배하는 지주사의 본사를 서울에 둔다는 얘기는 아예 거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포스코홀딩스 설립과 서울본사의 당위성을 알리라는 최정우 회장의 지시에, 애꿎은 현장 간부들만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런 모습을 보는 주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한 주민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최정우 회장도 지역민심이 겁나서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해버린 일을, 현장 직원들에게 시키는 자체가 모순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포항제철소 한 직원은 "자매마을 주민들은 모두 가족처럼 느껴지는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설명하라고 하니 이런 고역이 없다"며 "주민들의 화나고 서운한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