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덜어내고 덜 버리고

입력 2022-02-02 14:33:48 수정 2022-02-05 06:39:29

오한빛 지음/채륜 펴냄

대구 중구 동인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커먼에서 손님이 과자를 골라 담은 종이봉투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고 있다. 이 가게는
대구 중구 동인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커먼에서 손님이 과자를 골라 담은 종이봉투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고 있다. 이 가게는 '쓰레기 제로'를 추구하며 비닐,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다. 매일신문 DB

최근 마스크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접하게 된 충격적인 사진이 있다. 새의 다리에 마스크 줄이 감겨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전에도 조각난 그물에 몸통이 끼인 바다표범, 음료수 병뚜껑 고리가 부리에 끼인 돌고래, 음료수를 쉽게 들고나르기 위한 플라스틱 고리가 몸통 중앙에 끼여 기형으로 자란 거북이 등의 사진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다른 생명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던 저자는 좋아하는 바다를 아끼고 싶은 마음에 틈날 때마다 바다에 나가서 쓰레기를 주웠다고 한다. 이것이 시작이 돼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며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고 전한다. 즉, 저자의 제로웨이스트 생활은 '환경을 보호해야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아끼고 싶어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실천이 어디 쉬운가. 하루 중 단 한 조각의 쓰레기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산다. 쓰레기를 만들기는 쉽지만 없애기는 어렵다. 제로웨이스트의 필요성을 알고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제로웨이스트의 강박적 실천을 요구하거나 윤리적 가치를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행한 일이 친환경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생활습관을 만들어가는 일상과 그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책 속에는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꿀팁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함께해요' 코너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 입문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로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는 ▷채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법 ▷수제비누 보관법 ▷안 입는 옷 처리법 등 친환경 생활을 마음먹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쓰레기를 덜어낸 자리가 우리 함께 더 나은 곳에서 살아가는 데 힘쓰자는 말로 채워지는 것 같다고 전한다. 시장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께 부탁하는 일, 주변 친구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공유하는 일 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시도들이 결국 사람의 따뜻함과 연결된다는 것. 따뜻한 사람들과 더 나은 환경에 머물며 살 수 있도록 쓰레기를 줄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저자의 얘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212쪽, 1만3천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