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중에는 서사가 아니라, 인물의 특성이 큰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오델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 알베르 카뮈의 뫼르소, 스탕달의 쥘리앵 소렐 등이 그런 예다.
지식을 전달하는 책에서 독자들은 누구나 같은 정보를 접하지만, 문학의 경우 동일 작품임에도 독자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스탕달의 쥘리앵 소렐을 통해 어떤 독자는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마'를 발견하고, 어떤 독자는 도전 정신을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2일 즉석연설에서 "이번에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인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기득권과 부딪쳤고 공격을 당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두렵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 부지불식간에 진심을 토로한 것' 등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이 일자 이 후보는 24일 "제 얘기는 전혀 아니었다"며 "(윤석열 후보 당선 시) 검찰공화국이 다시 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자기 입으로 한 이야기를 간단히 뒤집은 것이다. 그런 예는 한둘이 아니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를 비롯해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나라 경제를 흔들 공약도 계속 말을 바꾸었다. 무엇이 진짜인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23일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 TV 토론 질문을 미리 알려드리니 답변 준비하시라"며 6개 질문을 공개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 2009년에 생긴 광화문광장에서 데모했다니 ▷1978년에 프레스 사고로 팔을 다쳐 휘었지만, 1977년도에 이미 팔이 휘어 있어 태권도장에 등록을 못 했다니 ▷2005년 농협 부정 대출 제보자를 만나러 술 마시고 급하게 운전대를 잡았는데 2004년에 음주단속에 적발됐다니 등.
이재명 후보는 특이한 사람이고,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35~38% 유권자들은 그에게서 무엇을 읽고, 나머지 유권자들은 또 무엇을 읽는 것일까. 이 후보는 이 시대의 무엇을 투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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