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국무회의를 열고 14조 원짜리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다. 국가채무 추경이란 비난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초과 세수 기반 방역 추경'이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14조 원 추경 중 11조3천억 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나머지 2조7천억 원도 정부 기금에서 끌어다 쓰겠다고 한다. 지난해 10조 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더 걷힐 것을 예상하고 국채를 늘리겠다지만 미래 빚을 걸머져야 할 청년층을 의식해 이름만 초과 세수로 포장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리 되면 우리나라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19조7천억 원 증가한다. 이미 본예산 편성 시 국가채무를 108조4천억 원이나 늘린 마당에 1월부터 여기에다 11조3천억 원을 더 얹은 것이다. 올해 말 국채 규모는 사상 처음 1천조 원을 훌쩍 넘겨 1천75조7천억 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라는 전 정부들의 마지노선은 헌신짝처럼 버려진 지 오래다. 36%로 정권을 인수한 문 정부의 국채 비율은 이번 추경으로 50%도 넘게 됐다. 올해 본예산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1월에 추경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유례가 없다.
정부는 빚을 내 마련한 추경으로 2월 중 소상공인·소기업 320만 곳에 300만 원씩의 방역지원금을 추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이전에 문을 열었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감소한 곳을 대상으로 한다. 방역 조치로 영업이 중단됐거나 제한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손실보상 재원도 1조9천억 원 더 늘리기로 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은 절실하다. 정부는 초기에 짧고 굵게 방역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코로나 확산세는 더 매섭다. 장기간에 걸친 영업시간 제한, 인원 제한 등으로 영세 상인들일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손실 규모를 따져 보지도 않고, 빚을 내면서까지 일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시점도 마뜩잖다. 유례없는 1월 추경이란 점에서 '선거용 돈 풀기'라는 지적은 자연스럽다. 정부·여당이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2월 14일 추경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 불가피한 추경이라면 '초과 세수를 사용한 추경'이라 포장할 것이 아니라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청년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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