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얻으려고 하나 얻을 수 없는 고통

입력 2022-01-18 10:49:03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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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재물욕과 색욕, 식욕, 명예와 수면욕, 건강의 욕심 등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채워지면 다음 욕심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근본 애착심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은 고통이 되어 삶을 어리석게 만든다.

얻으려고 하는 한가지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여러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남의 암이 나의 감기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런 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평범한 가정에 예전같으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들이 고민과 고통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정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자녀, 결혼하지 않는 자녀가 한 두 사람씩 있고, 결혼했어도 당연하게 있어야 할 자녀를 얻지 못해 애를 쓰는 가족도 점점 늘고 있다. 여기에는 결혼을 늦게 한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자녀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아이가 있다고 해도 문제다. 제도적, 정책적인 시스템 문제로 연일 고공행진하는 집을 구하는 것 또한 근심거리다. 이러한 문제들을 이겨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해버린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고민은 의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노력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이룰 수 없다면 차선의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옛 신라시대 때 어떤 왕이 딸이 다섯인데 국사를 이을 아들이 없어서 도사에게 특별히 기도를 부탁했다. 그러나 도사는 "왕의 팔자에 아들이 없다. 꼭 아들을 원한다면 겉모습은 아들이지만, 속으로는 여자에 지나지 않는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왕은 겉모습이 남자면 괜찮으니, 점지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국사에 취미가 없고 소꿉놀이, 인형 놀이 등 여자아이가 하는 행동을 했다. 후대에 왕이 되었으나, 결국 신하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아들에게 후대에 국사를 맡겨야 된다는 부모의 욕심이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남아선호사상은 지금도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남성 미혼자가 많은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게 사는 것이 인생을 새롭게 여는 방법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며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최고의 선택이 아니면 차선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낳은 자식도 못 기르면 남의 자식이나 다름이 없고, 남의 자식이라도 내가 잘 키우면 내 자식으로 살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라 함은, 욕망과 집착에서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자기의 마음에 집착과 욕심을 비우면 여러가지 자유로운 행복이 보인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내가 가진 것이 더 알차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어리석음 탓에 행복을 찾으려는 상반되는 행위로 결국 고통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자신의 영혼을 맑게 하면 마음은 저절로 맑아질 것인데, 영혼은 혼탁한 채 놓아두고 마음이 맑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경우다. 생각이 맑아지면 마음이 맑아진다.

법구경에 "현명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자신을 가다듬어서, 쾌락을 찾아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움을 만나거나 괴로움을 만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다.

대다수의 '가진 사람'은 얻고 싶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경험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도가 지나쳐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어리석음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