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잖은 게 갓 쓰고 장 보러 간다'는 속담이 있다. '같잖다'는 말뜻을 굳이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필요는 없다. 요즘 일본이 한국에 해대는 매우 저속하고 감정적이며 어처구니없는 망언과 망동이 속담과 딱 들어맞아서다. 그제 국내에 알려진 일본 와세다대 아리마 데츠오 교수의 황당 트윗은 한마디로 '가랑니가 더 무는' 소리다. 그는 트위터에 '일본이 전쟁에서 지지 않았다면 한국의 역사 문제 괴롭힘도, 북한 핵미사일도, 중국 문제도, 대만 위기도, 북방 영토 문제도 없어 평화로운 아시아가 되었을 것'이라며 헛소리를 했다.
극우 산케이신문의 사설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이 신문은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 논란을 거론한 14일 사설에서 '이래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나'며 한국을 헐뜯었다. 아무리 우리 정치권이 시끄러워도 극우 세력의 등에 업혀 '혐한' 장사를 해온 집권 자민당의 뻘짓과 아베·아소의 각종 스캔들에는 아예 눈을 감은 극우 신문이 할 소리는 아니다. 이웃나라 문제에 득달같이 이렇다 저렇다 훈수를 두는 것은 주제넘고 우습다.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도 어금버금하다. 재벌 3세의 난데없는 '멸공' 메시지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나 앞뒤 가리지 않는 말이 역풍을 부르고 불매운동 등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재벌과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신세계가 제대로 '신세계'를 보여줄 뻔했다.
그런데 더 볼썽사나운 것은 국민의힘 반응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몇몇 인사들이 정 부회장 발언에 화답하듯 어쭙잖은 장바구니 공세를 폈다. 이른바 '멸콩 챌린지'다. 대선을 앞두고 당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색깔론을 들먹여 지지 세력을 뭉치려는 반공 패러다임의 냄새가 짙다. 아무리 대선 캠페인이고 전략이라 쳐도 몹시 경박하고 같잖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안동 발언'은 단연코 쇠뇌도 누를 기세다. 국민의힘 경상북도 선거대책위 출범식 당시 윤 후보는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 후보 측의 후보 토론회 개최 제안에 대해 "왜 토론을 해야 하느냐"면서 "제가 바봅니까?"라고 반문했다. 선거법에 명시된 후보 토론회 자체가 같잖은 건지, 이재명 후보가 같잖다는 건지 발언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어느 경우든 문제가 심각하다. 명색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법을 하찮게 여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180석 공당이 선출한 상대 후보를 경시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전황이 딱하고 급해도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사나운' 게 어느 쪽인지 국민이 어림잡는 데 그리 시간이 많이 필요치 않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우스운 반전이다. 지난주 여야는 설 연휴 이전 '양자 TV 토론' 개최에 합의했다. 연휴 지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세 차례의 '대선 TV 토론'도 잡혀 있다. 불과 보름 전 "내가 바보냐?"며 토론 불가를 외치다가 끝내 바보임을 인증한 꼴이다.
얼굴과 표정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데 말도 마찬가지다. 짧은 한마디 말에도 마음가짐과 소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근심 많은 사람의 이마나 화 많은 이의 미간에 굵은 주름살이 자리 잡듯 말에도 결이 있고 주름이 있다. "같잖다"는 말의 파문이 우리 정치사에 어떤 무늬로 기록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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