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린 마스크를 쓰기 위해 태어난 존재 같다. 마스크 쓰기가 친숙한 일상이 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초기에 우리 모두 이 친숙하지 않은 일상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은 이 새로운 일상에 훨씬 더 잘 적응한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이 바로 현실을 긍정하고, 주어진 현실을 빨리 극복하는 힘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비극적 사건이다. 이 비극은 피해갈 수 없다. 우리가 떠맡아야 할 운명이다. 이 운명을 부정할 경우, 우리 모두 더 큰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것도, 그리고 마치 OK목장의 결투하듯이 맹목적으로 코로나와 싸우려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이디푸스보다 더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 태어난 자가 있을까. 그는 이름부터 비극적이다. 친부모에게 추방되어 산에서 발(pous)이 부르튼(oidos) 채로 발견된 자이다. 그는 그리스의 두 강국인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끼어 지정학적으로 비극적인 운명을 감당해야 할 테바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로부터 추방돼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와 멜로페의 양자로 길러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델포이 신전에서 그가 생부를 죽이고 생모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는다. 이 비극을 피하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생부 라이오스를 죽이고, 운 좋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로 들어가 생모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인 노인이 생부이고 자신이 결혼한 아내가 생모인 줄 모른다.
테바이에 굶주림과 돌림병이 돌자, 라이오스를 죽인 자가 있어 그렇다는 풍문이 돌았다. 오이디푸스는 그 자를 잡으면 눈을 뽑아 추방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바로 생부인 라이오스를 죽이고 생모와 결혼한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어 딸 안티고네와 기약이 없는 유랑을 떠난다.
그는 시민들에게 굳이 몰라서 한 행동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약속한 대로 떠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철학자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는 것을 '아모르 파티'(amor fati)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부정하고서는 자신의 삶을 극복할 수 없다. 유랑하던 부녀(父女)는 테세우스의 도움으로 아테네 변방 콜로노스에 안식처를 마련한다.
우리 모두 코로나 현실을 인정하고 이 현실을 극복하는 강한 초인(超人)이 되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가의 방역지침에 잘 따라준 소상공인과 방역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의료진이 바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초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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