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올 3월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지만, 대구 시민으로서 같은 날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더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중남구는 서구와 함께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데다 캠프워커 이전과 대구시청사 이전 후적지 개발이란 큰 현안이 놓여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남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군 캠프워커 부지다. 남구의 중심을 관통하는 노른자위 땅에 1959년부터 60년 이상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주변 거주 인구가 많지 않고 도시 기능이 약해 대구 도심 발전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부대는 대구, 특히 남구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캠프워커는 영내에 골프장, 오락실, 술집,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등 휴양·편의시설 위주로 들어서 미군 휴양지나 다름없다.
미군 장교들의 휴식처인 셈이다. 미군부대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설사 군부대로서 주요 기능과 설비가 있다 하더라도 기능적 측면에서 도심 밖으로 이전하는 게 마땅하다.
2020년 말 캠프워커 동편 활주로 구간(700m), 지난해 말 서편 도로(600m) 등 일부를 반환받은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 부지만 찔끔찔끔 돌려받아서는 제대로 된 도심 발전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중남구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는 여야를 떠나 캠프워커 이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략, 방안이 있어야 하겠다. 대구시와 함께 국방부와 주한 미군을 설득해 부지 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정치력도 갖춰야 한다. 특히 남구 주민들은 후보들이 캠프워커 이전 공약을 내놓는지,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중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청사가 달서구로 옮겨 가면 도심공동화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구청은 지난달 시청사 후적지 개발 방안으로 65층 규모의 '메가 라이브러리'(Mega-Library) 조성안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문화예술, 역사, 산업 기능이 복합된 허브 공간이라는 개념이다. 최종 보고서라고는 하지만 공동화를 극복하고 침체한 도심 경제를 살려낼 세부 개발 구상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메가 라이브러리가 대구를 상징하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적합한 시설과 기관, 프로그램이 채워져야 한다. 알찬 소프트웨어와 제대로 된 기관들이 집약되지 않는다면 껍데기만 그럴듯한 건축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중남구 국회의원은 대구시와 머리를 맞대고 '메가 라이브러리'와 원도심을 제대로 꾸미는 발전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겠다.
지역 발전에는 관심도 없이 중앙정치권에만 기웃대다 중앙당이나 당 지도부에 잘 보여 낙점받는 '낙하산 인사'는 지역에서 절대 발붙이지 못하도록 막는 최종 수비수도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들이 공천에만 매달려 자당 대선 후보 눈치만 보고 있는지, 중남구 발전을 위한 청사진과 의지가 있는지 등을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할 때다. '내 삶의 환경을 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후보는 내가 선택한다'는 마음가짐이 바로 유권자의 책무이자, 권한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