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밤 9시 영업제한만 풀어달라" 자영업 사장님의 눈물

입력 2022-01-18 16:46:40 수정 2022-01-18 21:09:59

[코로나 악몽 2년] 영업제한 타격 컸던 업종 자영업자 20명 만나보니
고깃집 "빚에 의지하는 인생"-노래방 "지원금 형평성 의문"-선술집 "가게 빼고 전부 북적"
곱창집 "하루 한팀 겨우 받아"
대출은 당장 손실만 메울 뿐…실질적 지원책 절실한 시기

집합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조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남구의 안지랑곱창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영미(가명·65) 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집합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조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남구의 안지랑곱창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영미(가명·65) 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18년 12월 말에 가게를 인수했는데, 완전 끝물에 들어갔네요. 폐업하면 다 털고 나가야 하는데 이 나이에 어디 갈 수도 없고…."

"손님만 있으면 고생해서라도 새벽까지 장사를 이어가면 됐어요. 그런데 2년간 영업제한이 수시로 걸리니 지금은 손님 한 명도 못 받을 때도 있어요. 가게가 텅 비어 있으니 맛 없는 집인가 싶어 손님은 더 안 와요. 그래도 예전엔 장사만 하면 빚질 일은 없었는데…"

대구 안지랑곱창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영미(가명·65) 씨는 코로나19 이후 거듭된 영업제한 탓에 빚만 늘었다고 했다. 작년부터 가게 사정이 어려워지자 정부와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계좌를 늘렸다. 김 씨는 손실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170만원을 받았다"며 "임대료는 55만원씩 다달이 나간다.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료값마저 급등해 고정비용이 늘어났다. 김씨는 "미국산 소막창 2kg이 예전엔 2만6천원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힘들다고 (납품업체가) 9만6천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설탕 3kg에 2천800원이었는데 지금은 5천400원에 살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이 작년 말에 내놓은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첫 해였던 2020년 소상공인의 영업이익 평균은 1천900만원이었다. 한 달로 치면 158만원 받는 셈인데 2019년엔 275만원이었다. 2020년 당시 주 40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임금(180만원)보다도 낮은 금액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 차로 접어들었지만 자영업자들의 영업권을 제한하는 방식의 방역정책은 지금도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2020년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매출액에서 임대료·대출비·재료비 등 각종 비용을 빼 수익을 창출해내는 구조상, 매출액이 늘어나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데 2년여간 반복돼온 밤 시간 영업제한으로 오랫동안 적자가 누적됐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한탄이다.

매일신문 취재진은 지난 12~14일 사흘간 안지랑곱창골목·들안길 먹거리타운·김광석길·동성로 등 일대를 돌며 밤 시간 영업 제한 충격이 컸던 업종의 자영업자 20명을 만나 고민을 들었다.

지금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뭘까. '영업제한 완화', '저금리 대출 지원', '손실보상금' 세 가지 중 선택하라고 했더니, 75%(15명)는 영업제한 완화를 꼽았다. 뒤이어 저금리 대출 지원(15%·3명)과 손실보상금(10%·2명)이었다. 이에 대해 들안길의 한 식당 사장은 "밤 장사라 사실상 영업 못했는데 작년 3개월 영업제한 손실로 보상금 150만원 나오더라. 대출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며 "영업제한 해제만이 답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대출 지금도 많은데…영업제한 이어지면서 더 어려워져"

"김광석길 취지와 잘 맞는 가게다 보니, 목·금요일 저녁과 주말은 항상 만석이었어요. 지금은 하루 매출이 2만원일 때도 있어, 시급을 못 줄 것 같아 직원도 다 내보냈어요. 월세 100만원 내기도 너무 힘듭니다."

지난 12일 찾은 대구 중구 김광석길에서 음악 카페를 운영하는 도길영(63) 씨의 가게가 텅 비어 다. 손기성 인턴기자
지난 12일 찾은 대구 중구 김광석길에서 음악 카페를 운영하는 도길영(63) 씨의 가게가 텅 비어 다. 손기성 인턴기자

김광석길에서 음악 카페를 운영하는 도길영(63) 씨는 그럼에도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은 다 빚'이라는 생각에서다. 도 씨는 "주변 상인들이 대출로 당장 임대료를 메웠지만, 결국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영업을 그대로 못하는 한, 빚 갚을 여력이 안 되는 건 그대로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0) 씨는 정책자금·희망회복자금 등 정부 대출은 가능한 대로 다 끌어다 썼다고 했다. 거듭된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줄자, 인건비·임대료 등을 제때 주지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처음엔 대출이 많이 도움된다고 느꼈지만 다시 영업제한이 생기면서 가게가 어려워졌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언제 갚아야 할지 착잡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동성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57) 씨는 오는 3월이 되면 대출금 8천만원을 한번에 갚아야 한다. '일시상환대출'이 만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위드 코로나가 반짝 온 이후 지금까지 모아둔 게 없다. 손실보상금은 얼마 안 될 것 같다. 또 다른 대출만 바라보고 사는 인생이 됐다"고 했다.

◆대출 지원은 많은데...손실보상금은 적어

현재 영업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예산의 대부분은 대출 위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은 3조2천억원에서 증액된 5조1천억원인 반면, 저금리 대출의 예산은 35조8천억원으로 잡혔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사업자대출 등 기존 대출을 받은 데다, 코로나 이후 상황이 어려워지자 '영끌'해 추가 대출 계좌를 개설한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면서 상환해야 할 대출 금리 부담도 커졌다. 추가적인 대출 지원은 자칫 영업제한이 더 이어지면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방역지원금 300만원, 손실보상금 예산도 늘었는데...

정부는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지난달 1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한 데 이어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손실보상금 하한선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고 예산도 늘렸다. 하지만 영업제한 타격이 컸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각 가게 상황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박모(59) 씨는 "밤 장사가 끝이라 강제로 문 닫아야 하는 노래방과 원래 밤에 닫던 미용실이 똑같이 300만원을 받는다. 자영업자만 돈 받는다니 여론도 좋지 않다"고 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모(35) 씨는 "손실보상 예산이 2배가 채 안 되게 늘었으니, 넉넉잡아 100만원 받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지난번에 50만원 주더라. 전혀 도움 안 됐다"고 했다.

◆결국, 영업제한 타격 컸던 자영업자들 "영업제한 푸는 것만이 살 길"

대구 동성로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이모(47) 씨는 "영업제한을 푸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그는 "백화점·마트, 일반 회사, 종교활동, 방송 등 어디에도 시간을 제한해 둔 경우는 없었다. 가게 빼고 어디든 북적인다"며 "더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서영(59) 씨는 "코로나 전엔 월 매출이 800만원도 찍혔다. 지금은 50평 가게에서 하루 한 팀 받는다"며 "인원제한은 차라리 괜찮은데 시간제한은 너무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강석민 계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로 당장의 손실을 메운다고 해도 규모가 작은 업체는 부채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각 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한 실제적인 지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진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위주 정책은 소상공인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뇌관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