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경험·통찰력 있는 누구나 쓸 수 있어
소설을 흔히 '가공의 이야기' 또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 합니다. 근거없는 거짓말을 한다는 의미로 "소설 쓰고 앉았네"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소설이 '꾸며진 허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은 아닙니다. 남을 속이기 위하여 지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속내를 전달하고자 만든 픽션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이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이거나 '현재에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럴 듯하고 있을 법하게 꾸미는 것은 흥미를 끌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의도일 따름입니다.
소설은 고대의 신화나 전설로부터 그 싹이 돋았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주몽 신화' 등이 대표적인 소설의 모태로 볼 수 있지요. 문자의 등장 이후엔 역사나 서사시로부터 진화하였습니다. '삼국지'나 '일리아드', '오디세이' 등이 소설의 기원으로 거론됩니다. 민담이 소설로 발전된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서양에서는 기사의 영웅담이 로맨스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선 '심청전', '춘향전', '박씨전' 등이 소설로 정착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인간과 삶의 탐구입니다. 거대담론에 천착하는 일이 많고 그 분량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 영역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선입견일 뿐입니다.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풍부한 경험을 쌓고 인생을 통찰하는 힘을 기른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지요.
다만 경험을 자기만의 체험으로 소화하고 통찰력을 구체화하는 요건이 존재합니다. 문제의식(주제)을 갖고 그것을 재미있고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동기가 있습니다. 소설 창작에 있어서도 모티프, 즉 동기가 존재합니다. 동기는 착상이나 발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착상은 번개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순식간에 왔다가 가버리기도 합니다. 대개 다시 떠오르지만 간혹 지나가 버리면 죽을 때까지 다시 오지 않기도 하지요. 불쑥 럭비공처럼 튀어오르는 착상을 재빨리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메모하는 습관으로 찰나를 붙들어 매어두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메모는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지니고 있는 습관입니다. 심지어 꿈을 꾸다 깨어나 잠결에 무수한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물론 잠에서 깨어나 보면 외계어가 따로 없다지만 그 흔적을 반추해 기억들을 솎아냅니다.
착상이 소설로 승화되려면 기발한 발상만으론 부족합니다. 우선 이야기의 주제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그 주제를 부각시킬 소재를 취사선택하여 잘 배열하는 구상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구상은 건축의 설계도에 해당합니다. 설계도는 건물의 골격이지요. 설계도에 따라 유려하고 독창적인 문장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각종 인테리어나 디테일이 중요한 것처럼 문체는 소설의 재미와 품위를 좌우합니다.

오철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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