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김인석(변호사) 씨 부친 故 김진수 씨

입력 2022-01-06 14:04:39 수정 2022-01-06 17:32:33

젊은 시절 트럭에 장독 싣고 다니며 파느라 고생 많이 하셨지요
고향 집에 오니 방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김인석(오른쪽) 씨 아들 김의진 군의 돌잔치에 참석한 아버지 김진수(왼쪽) 씨와 가족들 기념사진. 가족제공.
김인석(오른쪽) 씨 아들 김의진 군의 돌잔치에 참석한 아버지 김진수(왼쪽) 씨와 가족들 기념사진. 가족제공.

아버지 잘 계시나요?

오늘은 정말 춥네요.
성주에 어머니와 함께 계실 때는 몰랐는데 정말 춥더군요.
뇌경색으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방에 불을 넣으면서 추운 겨울 한 방에 함께 있던 아버지 생각에 잠겨봅니다.

37살에 저를 낳으신 아버지는 성인이 되자 몸이 편찮으시다며 결혼을 시키셨죠. 아버지 덕분에 공부하던 중 결혼을 하게 됐고요. 결혼 후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해 합격도 하고 잘살고 있네요. 합격 당시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버지께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매 순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그렇게 떠나신 아버지. 그립습니다. 한두 달 만에 급격하게 수척해진 아버지를 편안하게 모시려 했건만 그것마저 하지 못했네요. 편히 계시도록 병원에 모시려 했던 전날 어찌 그리 가셨나요. 다음날이면 병원으로 모셔서 조금 더 편안하게 계셨을 텐데요. 더 빨리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몸도 잘 챙기지 못하면서 점점 함께 생활하기 힘들어지는 어머니를 보살피며 여생을 보내셨죠. 하루하루 기력이 떨어져 갔지만, 어머니의 약은 하루도 빠짐없이 챙기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버지, 왜 당신은 스스로 못 챙기셨나요.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고생을 하시고 늙어서까지 고생만 하시다 가셨네요. 자식 마음이 너무 아립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생 참 많이 하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 젊은 시절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1t 트럭에 장독대를 싣고 다니며 판매하시느라 고생도 많으셨죠.

아버지 故 김진수(왼쪽) 씨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 가족제공.
아버지 故 김진수(왼쪽) 씨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 가족제공.

고향에 돌아와 텅 빈 집에서 아버지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방 한쪽에 놓인 아버지 영정사진을 보니 마음이 시립니다. 진짜 떠나신 게 맞나, 방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매일 보던 시계 달력조차 없습니다. 아버지 물건을 다 태워 하늘로 보내드렸지만, 돌아가시기 전 매일 하시던 반주용 소주는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1.8L 큰 병 6개를 사두시고 한 병도 채 드시지 못하고 떠나셨습니다. 그리 좋아하는 술 다 드시고 가시지 왜 그렇게 떠나셨나요. 지금이라도 한잔 따라보라 하고 불러 줄 것만 같은데... 아버지가 떠난 자리 큰 소주병만 남아 있네요.

고향 집을 오갈 때면, 아버지를 모신 삼광사가 보입니다. 그리워질 때면 아버지를 만나러 절에 들릅니다. 고향길 갈 때 한번, 집에 올 때 한번, 잠시라도 아버지가 생각나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 들립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갑자기 떠나실 때까지도 몰랐죠. 아버지의 빈자리가 이렇게 생각날 줄은... 아버지의 그늘이 이렇게 큰지 몰랐습니다.

일요일마다 고향 집에 가면 아버지는 손주 의진이 동민이를 보면 그리 좋아하셨죠. 그렇게나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어제는 차갑게 식어버린 빈방에 군불을 넣어 따뜻하게 해봤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더군요. 아버지가 있는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으려나요. 춥지 않으면 방에 군불도 넣을 일이 없겠네요. 그런 수고조차 하지 말고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 의진이 돌잔치 사진을 보니 활짝 웃으며 기뻐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참 젊으셨네요. 바쁘게 살아오시느라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그 젊은 날의 모습이 그립네요. 아니 그냥 아버지의 얼굴, 목소리, 거친 손이 그립습니다.

이젠 더 힘들어 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숙영이가 그러데요.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그래요.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요. 그때까지는 어머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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