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배출한 곳은 10가구 중 1가구도 안 돼
주민들 “별도 장소 마련과 홍보 필요해”
구청 “홍보에 최선을 다할 것”
플라스틱 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시작됐지만, 주민들은 이전처럼 혼합배출을 하는 등 난맥상이 여전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말 단독주택 지역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공동주택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분리배출이 단독주택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이다. 다만, 단독주택 지역 배출 여건과 시민들의 혼란 방지 등을 감안해 1년의 계도기간을 두고 현장수거 여건과 홍보를 보완할 계획임을 덧붙였다.
분리배출이 시행된 후 2주 차에 접어든 4일에도 혼합배출은 여전했다. 기자는 이날 분리배출 시각인 오후 8시부터 자정 사이 대구 서구 지역 일대를 돌아봤다. 투명페트병에 라벨이 그대로 붙은 경우도 많았고, 이날 배출해야 하는 종류인 투명페트와 비닐이 아닌 캔 등 다른 혼합물이 뒤섞인 경우도 많았다. 제대로 배출한 가구는 10가구 중 1가구도 안 될 정도였다.
식당 앞 분리배출을 위해 놓인 투망은 손님들이 버린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식당 주인 이모(52) 씨는 "분리배출해서 투망을 바깥에 놔두면 손님들이 쓰레기통인줄 알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직까지 분리배출 날짜, 방법 등이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별도의 수거공간이 없어 불편하다고 했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최모(61) 씨는 "특정 요일별로 집 앞 분리배출을 하면 수거한다는 점에서 편하긴 한데, 배출 전까지 집 안에 놔둬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며 "차라리 쓰레기가 생길 때마다 처리할 수 있도록 동네마다 수거공간을 마련하면 편리할 것 같다"고 했다.
재활용품 수거 업무에 종사하는 청소노동자들 역시 아직까지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지역의 재활용품 수거 위탁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명수(59) 씨는 "비산 4동에서 수거를 했을 때 전체 가구 중 딱 한 집만 제대로 분리배출을 했다"고 말했다.
서구청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수거장소를 따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다. 주택가 밀집 지역이라 주택가 인근에 놔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들은 정작 자신들의 집 앞에 놔두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이어 홍보 부족 문제에 대해 "올해부터 직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등 대면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홍보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성구는 지난 10월부터 구내 일부 공동주택에 전국 최초로 유색페트병 전용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되는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수거함을 설치했는데 반응이 좋아 '비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중에서도 전화로 설치를 요구할 정도다"며 "애초 배포를 계획한 유색페트병 분리대 920개 모두 설치를 완료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