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K-방역은 없다

입력 2022-01-06 11:19:38 수정 2022-01-08 08:05:19

이형기 외 15명 지음/ 골든타임 펴냄

서울 중구 황학동주방가구거리에서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집기류 등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황학동주방가구거리에서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집기류 등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징비록'은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이 임진왜란 후 벼슬에서 물러나 '과거를 반성하고 앞날에 대비하기 위해 임진왜란의 모든 것을 파헤친 책이다. 이에 빗대 이 책은 '코로나 징비록'이란 부제가 달렸다.

저자 중 한 명인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당초 이 부제를 제목으로 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신물이 날 정도로 K-방역의 성과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의 발간 백서에는 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K-방역의 문제점, 실패, 굴욕에 초첨을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K-방역은 없다'고 제목을 붙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이 교수의 기획 아래 각계각층의 공저자들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공저자들은 소상공인, 의사, 교수 등 이 교수 외 15명이다. 이들은 현장에서의 'K-방역'을 샅샅이 증언하고 있다.

먼저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배훈천 씨는 "정부가 자랑스러워하는 K-방역의 금자탑이란 한숨과 눈물로 무너져내린 소상공인의 희생탑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유행 확산 때마다 '짧고 굵은 방역'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어중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일관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말려죽이는 방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만 '늘렸다 줄였다'하는 식의 방역수칙이 형평성도,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한다.

신평 변호사는 방역이 정치와 결부되면서 엉뚱한 촌극이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백신 물량이 부족하던 올해 2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백신 유통 모의훈련을 벌이고 급기야 테러단체의 습격에 대비한다며 대테러훈련까지 했다. 신 변호사는 "당시 이미 세계 100여 개 국가에 백신이 유통되고 있었고, 테러단체가 백신이 거의 없는 한국을 상대로 탈취를 위해 기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한마디로 말해 정치쇼에 불과했다"고 꼬집는다.

방역에 집중하느라 시민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실려 있다. 임무영 변호사는 강제격리·집합금지로 대표되는 방역정책이 신체·집회·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해 본질적으로는 생명권이 위협받았다고 했다.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감염병예방법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편다. 449쪽, 1만9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