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최근 삼성전자와 CJ, 롯데와 같은 기업들이 파격적인 인사제도 개편을 시행했다.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에서 기존의 전무 직급을 없애고 부사장과 통합하여 직급을 단순화했다. CJ는 사장, 총괄 부사장, 부사장 등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기업들의 이번 개편은 임원 직급 연한과 단계를 축소하고 연차가 아닌 성과와 전문성에 따라 승진할 수 있도록 해,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최근 국내외 많은 기업이 전통적인 조직 구조를 탈피해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대비책으로 조직의 혁신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경영체계 중 홀라크라시(Holacracy) 제도가 있다. 홀라크라시란 조직의 기존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한 형태로, 조직이 팀 단위로 운영되고 모든 직원은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책임을 지고 일한다. 홀라크라시 제도 내에서 모든 구성원은 같은 직위를 가지고, 상하 개념 또한 없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12년에 도입한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을 통해 일찍이 홀라크라시를 시도한 바 있다.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원은 신입 사원이라 할지라도 리더가 되어 자신의 팀을 지휘한다. C랩의 탄생은 단순히 조직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한 시초가 됐다. 기존 조직의 성격은 유지하면서 소규모 스타트업만이 가진 장점, 즉 신속한 실행력과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도전 정신을 더한 하이브리드 혁신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C랩은 최근까지도 성공적 스타트업을 다수 배출해 내며 그 혁신성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항상 혁신적인 조직문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인터넷상에는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말이 있다. 겉보기에는 혁신적 조직문화를 표방하며 수평적 제도를 도입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후진적 문화로 머물러 있는, 무늬만 혁신을 외치는 기업들의 현실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는 기업의 문화 개선을 위한 시도가 종종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그럴싸하게 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는 데 보여주기식 처방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새로운 조직문화의 도입이 실질적 혁신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강력한 팀워크를 필두로 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팀워크는 그 자체가 문화이고,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모든 조직에는 문화가 존재한다. 어떤 조직은 뛰어난 소수의 직원에 의지해 성과를 내려 하고, 어떤 조직은 모두가 수평적인 튼튼한 팀워크로 성과를 낸다.
아무리 탁월하다 할지라도 여러 사람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기에, 모든 구성원이 고루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워크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급과 경험이 낮은 팀원도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와 기회의 형평성이 팀 문화 속에 자리 잡게 된다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실현할 수 있게 되고 결국에는 혁신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진정한 혁신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전통 조직문화 틀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단순히 직급과 호칭을 없애는 등의 무늬만 변화를 주는 인사 개편으로는 혁신적인 조직을 이루어 낼 수 없다.
이제는 기존과 다른 팀워크를 필두로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직 내에서 공평하고, 함께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2021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와 있다. 기업과 기관이 더 나은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진정한 홀라크라시를 실천해 혁신에 한 발짝 다가가는 조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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