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문기 표창까지 준 이재명, 이래도 ‘몰랐다’ 할 텐가

입력 2021-12-27 05: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으며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된 후 개발이익 확보와 관련된 재판(2019년 1월)을 받을 때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속속 공개되는 '물증'은 이 후보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게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때인 2015년 1월 6~16일 김 처장이 동행한 9박 11일 일정의 호주 뉴질랜드 출장 상세 일정표와 현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하위 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김 처장과의 관련성을 재차 부인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25일 이 후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다시 내놓았다. 김 처장이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등 경영 실적 개선 유공으로 받은 성남시장 표창이다. 국민의힘이 성남시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 처장이 민관 합동 방식 추진 및 투명하고 공정한 민간사업자 선정(화천대유)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자랑해 왔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한 공로로 표창장을 줬다면 당사자를 기억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 점에서 연초에는 9박 11일의 해외 출장 일정을 함께 소화했고 연말에는 표창까지 준 직원이 '하위 직원'이어서 기억이 안 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동안 이 후보는 툭하면 '기억이 안 난다' '몰랐다'고 해왔다. 신기하게도 그 대상은 '기억한다'거나 '알았다'고 하면 불리한 문제나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압수수색 때 자살 시도를 했다고 주변에서 들었다고 해놓고 그 주변이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선택적 기억으로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란 야당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정말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다. 그런 형편없는 기억력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되면 과연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