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李 선대위 전격 합류…"후보·당과 다른 얘기할 수도"

입력 2021-12-23 16:25:09 수정 2021-12-23 20:03:16

비전위 공동위원장 맡기로…우클릭 행보 지지층 반발 지적
이재명 "더더욱 감사드릴 일"…호남 표심 결집 영향 미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오찬회동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오찬회동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이재명 후보와 함께 노력하겠다"며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전격 합류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 후보와 오찬 회동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비전위)를 이 후보와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존경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직접 참여하셔서 차기 민주 정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 이후 51일 만이다. 이 전 대표가 잠행을 깨고 전격 구원 등판에 나섬에 따라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표심 결집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제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후보나 당과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가 그 부분을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밝히며, 이른바 '레드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회동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회동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도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최근 발언들을 에둘러 언급하며 "지지층을 만나보면 그런 발언에 대해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등 최근 잇따른 '우클릭' 행보에 대한 지지층의 반발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회동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전 대표의 '쓴 소리 예고'와 관련해 "더더욱 감사드릴 일이다. 다양한 의견이 만나 조정을 거치고 하나가 될수록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의 경륜, 새로운 비전이 저의 부족함을 넘치도록 채워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선대위에 신설되는 비전위는 두 사람이 공동 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극복 방안 ▷양극화 완화 및 복지국가 구현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 ▷국민대통합 등과 관련해 차기 정부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날 오찬에 배석한 윤영찬 의원은 비전위 출범 배경과 관련해 "양측 간 여러 차례 물밑 얘기들이 있었다. 국가의 비전과 미래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주체가 당내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국민통합이 시대적 화두인데, 그 역할을 가장 잘해줄 분이 이 전 대표 아니겠냐 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찬 회동이 열린 식당 주변에는 이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 지지자들이 몰려와 각각 '후보 교체'와 '하나가 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싸움을 벌이는 등 경선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오찬회동을 마친 뒤 이 전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오찬회동을 마친 뒤 이 전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