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사과했지만…윤석열 지도력 또다시 구멍

사분오열 국민의힘 선대위, 대선 앞 전시 적전분열
이 대표 "당무 전념" 물러나자…조 최고위원 선대위 사퇴
尹, 중재역량 전혀 발휘 못해…한번 더 화해 모드 연출 직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왼쪽) 한편 이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은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을 대놓고 무시한 조수진 최고위원의 무릎을 꿇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내년 3월 결전을 치러야 하는 당 대선 후보의 지도력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이른바 전시(戰時) 임에도 적전분열(敵前分裂) 상황을 노출했고,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가 전혀 중재역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제1야당 대표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탈한 채 대선을 치를 순 없기 때문에 또다시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게 생겼다면서 후보가 '집안 단속'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기 때문에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날 자신과 갈등을 빚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을 겨냥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언론인들에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선대위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오전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조 최고위원과 충돌했다. 이후 조 최고위원이 일부 기자에게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는 "거취 표명을 하라"며 조 최고위원의 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기자회견 후 조 최고위원은 몸을 한껏 낮추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 이준석 대표가 여러 가지 다시 생각하시고 많이 살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어 선대위 직책 사의를 밝혔다. SNS에 "이 시간을 끝으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고 밝힌 것.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한 지 4시간여 만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사의에 대해 "알 바 아니다"며 사의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진영 사이의 신경전과 힘겨루기가 전개된 것"이라며 "정치적 결단이나 대타협 없이 얼기설기로 진용을 꾸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윤 후보가 대선 후보다운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