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감이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3박 4일 대구경북 방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5개 시·군을 돌면서 쏟아낸 이 후보의 발언에 문제가 있어서다. 대구경북 출신 역대 대통령들을 제 주머니 속의 공깃돌처럼 마구 취급(取扱)하는 그의 경박(輕薄)함에 매우 놀랐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이 후보의 표변(豹變)은 무서울 정도다.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고 규탄하더니 이번 방문에선 산업화 주역이라며 180도 말이 달라졌다.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는 등 사흘 연속 입을 댔다. "대구 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었다. 박정희다"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혹독(酷毒)하게 평가했던 장본인(張本人)이다. 그랬던 인사의 입에서 나오는 '박정희 찬양'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이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도 박 대통령 묘역은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고 했다. 또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후보를 어떻게 국민이 믿을 수 있나.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넘어 이 후보는 '박정희 코스프레'까지 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박정희 시대 고속도로가 전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것처럼 에너지 고속도로가, 바람과 태양이 여러분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큰 자원이 되는 길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세운 구미 금오공대를 찾아가서는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박 대통령에게 오버랩(overlap)시켜 대구경북 표를 얻으려는 술책(術策)이다.
박 대통령 따라 하기에 이 후보가 열을 올리지만 결론적으로 이재명은 박정희가 될 수 없다. 포퓰리스트(populist)라는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를 내걸었다가 득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자 국민을 들먹이며 말을 바꾸는 이 후보는 전형적(典型的)인 포퓰리스트다. 야당 등의 반대를 물리치고 국가 발전을 위해 경부고속도로, 베트남 파병을 한 박 대통령을 이 후보가 따라간다는 것은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박 대통령은 생전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반대자들을 묵살하는 오만(傲慢)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후세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강하게 추진한 그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에 가까운 언행을 하는 이 후보에게서 박 대통령의 결기와 진중함, 철학과 역사의식이 안 보인다.
이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을 하시다가 힘들 때 서문시장을 갔다"고 했다가 비판을 받자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다. 말 바꾸는 데 선수인 이 후보의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얼마 안 가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정희를 좋게 얘기했더니 진짜 좋아하는 줄 알더라"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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