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심장병은 그 자체가 겨울철에 급증하는 질환이고 한 해 동안 편히 잘 지내던 환자들도 겨울에는 부침을 겪기 일쑤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코로나는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바로 코로나의 재유행과 백신접종 사이의 딜레마이다. 심장질환이라는 기저질환이 있다고 해서, 혈전약과 같은 심장병 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이 더 많이 생긴다는 근거는 없다.
이미 심장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혈전이 생기거나 심낭염이 발생할 수 있는 백신접종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백신 접종 후 갑자기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들은 그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백신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심장질환자들은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코로나 환자의 수는 숫자 자체만으로도 심장 질환자들에겐 위협적이다. 결국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백신 접종과 관련된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장환자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환자가 힘들어지면 이를 바라보는 의사도 편할 리 없다. 과학적인 자료가 부족한 실정에서 원론적인 설명만으로 그들의 불안을 달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심장병 환자들은 백신 접종을 조금 미루고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위드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코로나 19 치료제에 희망을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보고에 의하면 먹는 치료제의 효과는 초기의 우수한 치료성적과는 달리 추적 결과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으며, 오히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대두된 상황이다.
폭발적인 코로나 재유행은 추가 접종을 몇 개월 간격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를 넘어 백신접종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성인 백신 추가접종률이 감소함은 물론 소아 및 청소년 백신접종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 할 때 우리는 종종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의 감염병 대유행은 대개 2~3년 정도 지속되다가 치명률이 약한 변이로 변해서 끝나곤 했다. 가장 최근의 감염병 대유행으로는 1918년 독감유행을 들 수 있다. 1918년 독감은 한 시즌 동안 유행했지만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만으로 싸워야 했고, 2차 세균성 폐렴이 발생하면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인해 100% 사망했다. 당시에는 단클론 항체, 항생제,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치료는 물론 인공호흡기나 환자 배치와 같은 치료전략 등이 없어 훨씬 더 심한 바이러스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1918년 의료계가 거리두기 만으로 독감과 싸울 때와 달리 코로나 효과적인 백신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이 끝나 감을 알리는 치명률이 약한 변이의 출현인지, 코로나와 앞으로 몇 년을 더 함께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알고 있는 사실은 효과적인 백신을 가지고도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2021년 미국의 코로나 19 사망 환자수가 100년 전 미국의 1918 독감으로 인한 사망 환자수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1918년 독감의 21세기 버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에 불안 해 하기보다는 현대과학의성과를 신뢰하고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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