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시민운동장 우회도로 잡음…주민 "민원 막으려 거짓말"

입력 2021-12-20 14:17:33 수정 2021-12-20 19:29:31

안동시 "방음터널 설치·경사도 낮추겠다" 대책에도 주민들 불만 여전
"경사 4% 조정한다 했다 말 바꿔"…"토지 소유주 동의 않아 불가능"
주민대책위, 주민 요구 수용에도 '민원', '안정성' 등 여지남겨
'정상동택지개발지구' 교통량분산, 도로개설 이유로 첫 언급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반대위 주민들은 일방적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안동시청을 항의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세 안동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반대위 주민들은 일방적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안동시청을 항의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세 안동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엄재진 기자

안동 정하동 아파트 밀집지역 뒤편 우회도로 개설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반대에 부딪힌 안동시가 '방음터널 설치', '경사로 조정' 등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주민들은 이 도로가 택지개발용 도로 개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 정하동 화성드림파크와 현진에버빌 300여 가구 주민들은 '시민운동장 우회도로 반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로개설과 관련해 지난 11월부터 반대 현수막 게첨과 주민 1천명 서명이 담긴 청원서 전달, 시청 정문 릴레이 시위에 나서왔다.

또한 안동시의회 항의 방문, 시장 면담 등을 통해 '방음터널 설치', '경사로 4%로 조정' 등을 요구하며 공사 추진을 반대해 왔다.

이에 안동시는 최근 주민대책위에 보낸 공문을 통해 '방음터널 설치하도록 하겠다', '경사도를 4%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안동시는 "변호사 자문 결과 방음터널 설치 시 인근 토지에서 4차로 진출입이 어렵게 돼 토지 소유주가 공사중지신청, 손해배상, 철거요청 등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점부 8%, 종점부 7.6%'로 설계된 경사도 조정과 관련 안동시는 "시점부 경사도는 6%까지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검토 됐으나, 종점부 경사도는 도로 구조의 안전상 7.6%경사로 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주민들이 요구하는 경사도 4%에 대해 "도로 비탈사면 추가 절취에 대해 토지 소유주가 동의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며 "경사도를 4%로 조정하면 깨야하는 바위 물량이 많아져 공사기간이 6개월 이상 추가 소요되고, 아파트 지하부분 터파기 시공에 따른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주민대책위는 이 같은 안동시의 공문을 받고는 난감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민들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것으로 밝혀 '주민 민원'을 원천 차단시키면서도, 민원이나 안정성을 이유로 공사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반대위 주민들은 일방적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안동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세 안동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반대위 주민들은 일방적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안동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세 안동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엄재진 기자

더욱이 안동시가 애초 안동시민운동장 일대 '안동시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에 따른 진입도로용으로 이 도로의 개설취지를 설명했으나 최근 '정상택지개발지구 교통량 분산' 의도를 내비치면서 주민들은 주변 지주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안동시는 '방음터널 설치 시 토지에서 진입 불가', '비탈 사면 추가 절취 토지 사용 불허''택지개발지구 교통량 분산' 등 토지 소유주에 대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가장 우선해야 할 부분은 시민들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이다. 인근 토지에서 도로로 진출입이 어렵다든지, 택지개발지구 교통량 분산 등의 문제는 방음터널 설치 이후 추후 대책을 세워도 될 문제를 먼저 언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논란에 불을 지피는 격이다"고 했다.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안동시의 일방적 공사 강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안동시청 정문 앞 시위를 이어나갔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우회도로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안동시의 일방적 공사 강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안동시청 정문 앞 시위를 이어나갔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는 시민운동장 주변 교통혼잡 해소와 강남지역 교통량 분산을 이유로 '시민운동장 우회도로 대로 (2-5)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도로는 총연장 620m, 폭 25m의 4차선 우회도로로 2017년부터 실시설계에 나서 토지보상을 거쳐 올해 6월 공사에 착수했다. 총사업비는 보상비 포함 81억여원, 2023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