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 다듬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나 파란 하늘을 봅니다
항상 겨울 하늘은 유난히 깨끗한 느낌을 준다. 가을처럼 파랗진 않더라도 엷은 군청색 하늘은 그 뒤에 무언가를 숨겨진 듯한 여운을 남긴다. 그곳에 당신이 날 보고 있으려나 궁금합니다. 당신의 머리카락이라도 보고파서 하늘을 보며 기대해봅니다. 김장배추를 마당에서 다듬다가 문득 고개 들어 올려 본 하늘은 다시 눈물을 고이게 한다.
그리운 당신을 보고 싶어서... '저 하늘 어디쯤 천국이 있을까? 거기서 내 남편은 지금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리운 마음에 늘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
남편과 김장철이 되면 김장에 필요한 배추, 고춧가루, 소금 등 재료를 사기 위해 함께 칠성시장에 가곤 했었다. 시장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두 손 한가득 들어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집으로 오는 길 그냥 가기 아쉬워 남편과 함께 식사하고 가자며 식당에 늘 들렸다.
칠성시장 한 쪽에 얼큰하게 칼국수를 잘하는 식당에서 들러 능이 칼국수를 사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시간이 흘러 당신이 없으니 이젠 나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합니다. 능이 칼국수도 함께 먹을 당신이 없으니 이제는 혼자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보니 힘든 것보다 슬픔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네요.
어쩌다 내가 독거노인이 됐단 말인가. 혼자 사는 인생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당신이 더 보고 싶습니다. 한편으로 먼저 떠난 당신이 원망스러워서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하늘만 봅니다. 애들은 이 엄마 걱정하며 서울로 이사 오라고 야단이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당신과 함께 살아온 순간순간이 기억 남은 데 어찌 이곳을 떠나겠습니까.

당신과 한세월이 묻어 있는 유일한 안식처니깐요. 작은 아파트에 살다가 이 집을 지어 좋아했던 옛날.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40년이 넘도록 여기서 애들 삼 남매를 키웠고 성장하여 결혼까지 하는 세월 동안의 온갖 추억과 손때가 녹아있는 내 집이 세상 어디보다 따뜻하고 마음 편하니까요.
구석구석 당신의 흔적 뒤돌아보면 저쪽에서 나에게 걸어올 듯한 착각에 가끔은 놀라기도 해요. 마당의 장미꽃이 온 집안을 향기로 채우던 날 당신 곁에 서서 꽃 속에 찍은 사진은 우리 방을 지켜주어도 외로움은 점점 커지기만 하네요. 해마다 꽃이 피어도 기쁜 줄 모르고 오히려 아픈 그리움만 가슴을 저리게 해요.
여보! 당신이 내 곁을 떠난 지 5년이 되었어도 자다가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소스라쳐 놀라 잠이 달아난답니다. 그립다는 말 긴긴밤 눈물에 담갔다가 아침에 꺼내 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 거울 속 충혈된 두 눈이 민망하여 얼굴을 돌립니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만나지 못하네요.
오늘도 나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청하고 그냥 당신과의 추억만이 남은 이 집에서 당신이 그리워 하늘을 바라만 봅니다. 그곳에 당신이 있겠죠. 저 맑은 하늘에 당신이 살고 있겠죠. 당신이 그립고 보고파 마음이 미어지네요.
당신이 있는 그곳은 어떤 곳인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부디 마음 편히 주님의 사랑 안에서 아픔의 고통 없이 잘 지내면 훗날 우리 다시 만나 못다 한 얘기 끝나지 않은 사랑 나누며 그 넓은 가슴으로 꼭 안아주세요. 사랑해요.
보고 싶은 당신의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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