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장애인·어르신들에 짜장면 1만 그릇 이상 베푸는 전직 복싱선수

입력 2021-12-15 11:48:58 수정 2021-12-19 13:52:25

주오호 영주복싱협회 전무이사, 중화요리집 운영하며 남다른 이웃사랑

주오호 영주시복싱협회 전무. 마경대 기자
주오호 영주시복싱협회 전무. 마경대 기자

"남에게 늘 도움을 받고 살아온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경상북도지사로부터 희망풍차 나눔 명패를 받은 주오호 (54) 영주복싱협회 전무이사. 그의 남다른 이웃사랑과 나눔실천은 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영주시 가흥동에서 중화요리 집인 꼬꼬반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이다. 그런 그가 늘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수십 년째 지역의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에게 1만 그릇 이상의 짜장면 무료 봉사를 하며 나눔과 베풂을 실천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복싱 선수에서 중화요리 집 사장으로 변신한 그는 봉사자이자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됐다.

고1 때 복싱 선수 생활을 시작한 주 씨는 복싱 선수로 도민체전 8연패, 대통령배 동메달을 딸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주 씨는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오호 영주시복싱협회 전무. 마경대 기자
주오호 영주시복싱협회 전무. 마경대 기자

그런 그에게 천군만마처럼 다가온 사람은 중화요리사인 청각장애인 친형 주평호씨다. 형의 도움을 받아 나이 25살 때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작은 중화요리 가게를 차린 것이 짜장면과의 인연 시작이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 역전드라마는 시작됐다. 그의 성실함과 친절함, 음식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식당에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고 대박이 났다. 그때부터 주 씨는 이웃사랑과 나눔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형과 함께 가게가 쉬는 날이면 경로당과 장애인시설을 찾아 다니며 짜장면 봉사를 시작했고 이런 봉사는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2년 영주시 가흥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현재의 자리에서 19년째 중화요리 집을 운영해 오고 있다. 주 씨는 "사업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고향 영주로 이전하게 됐다"라면서 "모든 게 이웃들의 보살핌과 사랑 덕분으로 얻은 결과다, 항상 이웃들에게 신세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작은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다"고 이웃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30여 년째 한 달에 두 번씩 마을 경로당과 장애인복지시설, 주민자치센터 등을 찾아 다니며 짜장면 봉사를 실천해 오고 있다. 그가 봉사한 짜장면만 1만 그릇이 넘을 정도다. 그렇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7년 10월 영주시복싱협회 회원들과 함께 영주국민체육센터에서 짜장면 콘서트를 마련, 어르신 1천여 명에게 짜장면 1천 그릇을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주환 영주시복싱협회 회장은 "어려운 경기상황에도 지역 내 어르신들을 위해 짜장면 봉사를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라며 "늘 나눔과 베풂을 실천해 준 주오호 사장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짜장면 봉사는 물론 복싱 꿈나무 육성과 동양대 복싱부 지도자, 영주시체육회 임원으로 다양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매월 일정액을 적십자사에 기부, 경북도내 나눔 문화 확산에도 기여해 오고 있다.

18년째 영주시복싱협회 전무 생활을 하면서 회원들의 단합과 후진양성에도 큰 힘을 보탰다. 영주시복싱협회가 영주시 체육계를 대표할 정도로 탄탄한 결속력을 보인 데는 주 씨의 희생과 노력이 컸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복싱계에 새로운 리더쉽이 필요할 때라"는 주 오호 씨는 "앞으로 복싱협회 회원 상호 간의 단합과 화합을 통해 훌륭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