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불멍' 즐기려 '화로·난로' 두고 자면 사망 위험 ↑

입력 2021-12-07 16:36:37

부산소방본부·부경대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두통·메스꺼움, 사망까지
화로용 숯, 차박용 무시동 히터, 등유 난로 모두 위험…텐트 환기 필수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경대는 7일 캠핑, 차박 등 상황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위험을 알리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경대는 7일 캠핑, 차박 등 상황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위험을 알리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A씨는 동계 캠핑을 떠나 텐트 쉘터에 등유 난로를 켜고 화롯대에 장작을 땐 채 '불멍'(멍하니 불을 바라보는 것)하던 중 깜박 잠이 들었다가 메스꺼운 기분이 들어 구역질을 하며 깼다.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옮겨진 A씨는 자신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음을 알았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겨울철 캠핑, 차박을 시작하는 '캠린이'(캠핑+어린이, 캠핑 입문자)가 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빈번하다.

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경대학교가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위험성을 알리고자 실시한 합동 실험에 따르면 밀폐된 1인용 텐트에서 숯불 화로를 땔 경우 2분 만에 의식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로를 피운 텐트에선 10초 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울렸다. 일산화탄소 농도는 2분 만에 2천ppm까지 치솟았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기체로 무취·무미·무색·무자극 특성 탓에 농도가 짙어져도 사람이 인식하기 어렵다. 농도가 2천ppm에 도달하면 의식불명에 처하며 1∼2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겨울철 캠핑 때 실내 기온을 높이고자 쓰는 등유 난로를 밀폐된 텐트에서 켰을 때도 35분 만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43ppm까지 올랐다. 50분 뒤에는 산소 농도가 14.7%로 낮아졌다.

일반적인 공기 중 산소 농도는 21%에 달한다. 이 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과 맥박이 증가하고 두통, 메스꺼움을 겪을 수 있다.

차박 때 많이 쓰는 무시동 히터 역시 밀폐 환경에서는 위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카를 운행하는 중 진동 등 영향으로 배기구 접속부에서 배기가스가 누출된다고 가정해 실험했을 때 약 10분이 지나자 산소 농도가 안전 한계인 18%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조건에서 2구형 이동식 부탄연소기도 실험 70분 만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두통을 유발하는 정도인 253ppm까지 치솟았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월 경남 합천에서는 캠핑객 2명이 LP가스를 쓰다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의해 질식 사망했다. 지난 5월 강원도 횡성 캠핑장에서도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발생한 캠핑장 안전사고 195건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가 60건(30.8%)에 달했다.

강상식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 담당은 "캠핑용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 가스 중독 사고를 피하려면 텐트 환기구(벤틸레이션, 창문, 출입구 등)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실내에서는 숯을 이용한 화로를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안전한 캠핑을 위해서는 텐트 밖에서만 화로를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