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제야의 종

입력 2021-12-15 06:30:00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2021년 다사다난했던 신축년 '소띠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힘들고 무겁던 마음을 내려놓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한다.

올 한해도 작년과 같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언제 끝날지 예측 불가능한 한해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발표 이틀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약 50개 부분에서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인체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S) 유전자 단백질에서 30개 이상의 변이가 확인됐는데, 여기에는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서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에서의 변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의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5~6배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은 다시 봉쇄와 입국 제한 등 방역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한 학술모임에서 지역의 모 의대교수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의대생의 자존감과 학력 수준을 평가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대다수의 의대생이 자존감과 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째 학생들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하고, 친구나 교수와의 대화도 원활하게 나누지 못하는 상태로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대학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대 가장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는 이면에는 고 3학생들이 2년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한 원인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회 양극화와 청년들의 고용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데 이것은 향후 우리사회의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현금 살포가 아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래 '제야의 종'은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각 사찰에서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식 행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제야 또는 제석은 섣달 그믐날 밤 어둠을 걷어내는 것, 즉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제야의 종이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29년 특별기획으로 정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시초였다.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해 새해맞이 행사로 정착했다.

'재야의 종 타종'은 우리나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많은 국민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텔레비전으로 시청한다. 올 한 해도 국민 모두 힘든 시기였지만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2년 임인년 '호랑이 해' 모든 국민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